[연평도발]"연평도가 좀비화되고 있다"

[연평도발]"연평도가 좀비화되고 있다"

김성현 기자
2010.11.28 16:24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서해상 한·미 연합훈련 첫날인 28일 연평도 북방에서 21차례나 포성이 울려 주민들이 극도의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군 당국은 한때 긴급대피령을 내리기도 했으나 북한군이 자체 사격훈련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40여 분 만에 이를 해제했다. 현재 군 당국은 훈련기간 중 북한군의 추가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북측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지 해경에 따르면 연평도 주민들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서해 연안 북한 포진지 부근에서 울리는 포성을 여러 차례 청취했다. 하지만 주민들 대부분은 지난 26일과 같이 북한군이 자체 훈련을 한 것으로 보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전 11시15분쯤 연평부대가 북한군이 개머리 진지에서 해안포를 꺼내는 모습이 우리 군에 포착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지역통합방위본부장인 연평부대장은 북한군이 추가도발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즉시 긴급대피령을 내렸다.

연평도 현지는 현재 통합방위 '을종 사태'가 선포된 상태이기 때문에 연평부대장이 자체 상황 판단에 따라 긴급 대피령을 발령한 것이라고 합동참모본부는 설명했다. '을종 사태'란 일부 또는 수개 지역에서 적의 침투나 도발로 인해 단기간 내 치안회복이 어려울 경우 지역군 사령관의 지휘·통제 하에 통합방위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같은 시각 연평면사무소는 "연평도 내에 남아있는 주민과 기자들은 인근 방공호로 이동해달라"고 긴급방송을 내보냈다. 면사무소는 7분 뒤 경고 사이렌을 울린 데 이어 11시38분에는 확성기를 통해 "현재 북한 해안부대의 화력도발이 예상되니 통제에 따라 달라"고 방송했다.

이에 따라 현지 주민 30여명과 군인 등 100여명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연평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로 황급히 대피해야 했다. 발령 당시 현지로부터 상황보고를 받던 합참의 한 관계자는 "주민들이 잠잘 곳도 마땅치 않고 먹을 것도 떨어져 가고 있다"며 "연평도가 좀비(zombie)화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조사 결과 북한군이 추가도발이 아닌 자체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오전 11시59분쯤 대피령을 해제했다.

이붕우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오전 북한 내륙 쪽에서 여러 차례 폭음이 울렸다"며 "정확한 경위와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합참 관계자는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포탄 등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북한군의 자체 훈련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이번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해 일종의 무력시위를 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 서해5도의 경계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국방부는 이날 오후 3시쯤 연평도에 머물고 있는 취재기자들을 철수해달라며 각 언론사에 협조요청서를 보내기도 했다. 현지 상황이 얼마나 긴박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방부는 "오늘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해상훈련을 빌미로 북이 어떠한 도발적인 행동을 할지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취재 기자들의 안전을 위해 오늘 중으로 전원 철수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시가 지난 26일과 27일 이틀간 연평도 주택 피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북한의 이번 도발로 118채의 주택이 전부 또는 일부가 파손, 모두 50억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 26일 "연평도가 북한의 공격을 받은 준전시 상황인 만큼 '민방위기본법'에 의해 주민들의 주택 신축 및 개축 비용과 부상한 주민의 치료비 전액을 지원하고 사망자에게는 위로금을 지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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