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기업도 살려낸 M&A 전문가

퇴출기업도 살려낸 M&A 전문가

류철호 기자
2010.12.21 08:12

[법조계 고수를 찾아서]법무법인 한결 안식 변호사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른바 '구조조정과 M&A의 시대'를 맞았다. 누가 보다 효과적인 구조조정과 공격적인 M&A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활로를 모색하느냐가 운명을 갈랐다.

경기침체의 늪에 빠진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나섰지만 구조조정과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률문제들을 전문적으로 다룰 법률가들은 턱없이 부족했고 관련 분야는 법률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법무법인 '한결'에서 10년 넘게 M&A 전문변호사로 맹활약하고 있는 안식 변호사(46·사시 39회·사진)가 기업 업무 분야에 뛰어든 것도 그즈음이었다.

"지금은 구조조정·M&A가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경영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기업사냥, 경영권 탈취 수단 등과 같은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 법적 분쟁이 잦았습니다. 쉽지 않은 길임을 알았지만 법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미력하나마 기업과 국가경제에 보탬이 되고자 기업전문변호사의 길로 들어서게 됐습니다."

↑안식 법무법인 한결 파트너변호사 ⓒ사진=이동훈 기자
↑안식 법무법인 한결 파트너변호사 ⓒ사진=이동훈 기자

◇이미 준비된 길…사법연수원생 시절 기업전문변호사를 꿈꾸다=안 변호사가 기업금융전문변호사의 길을 꿈꾸기 시작한 것은 사법연수원생 시절이었다. 그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1997년은 우리나라에 외환위기가 몰아닥쳐 한보그룹과 기아그룹 같은 굴지의 대기업들까지 도산할 정도로 온 나라가 참혹한 경제적 고통을 겪던 때였다. 안 변호사는 연수원생 시절 이 같은 위기를 겪으면서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이 건실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나라가 힘없고 돈이 없어 국민들이 고통을 겪는 것을 보고 법률가로서 국가경쟁력을 키우는데 일조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우선 기업이 살아나야 서민도 살고 나라가 부강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기업전문변호사의 길을 택하게 된 것입니다."

안 변호사는 연수원생 시절의 굳은 의지대로 2000년 사법연수원(29기)을 마친 뒤 곧바로 한결에 입사해 기업금융전문팀에서 기업 관련 업무들을 다루기 시작했다.

"초임 변호사 시절, 때마침 불어 닥친 '벤처붐' 덕분에 좋은 경험들을 많이 쌓을 수 있었습니다. 벤처비즈니스 자문 업무를 맡으면서 자연스레 기업의 생리를 알게 됐고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M&A 전문변호사의 기틀을 다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이동훈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안 변호사는 집필 활동에도 매진해 'M&A를 알아야 경영할 수 있다', 'M&A 의 전략과 실전사례' 등 M&A 관련 전문서적들도 펴냈으며 '한국 M&A 협회' 발족에도 기여했다.

◇"M&A가 성공하려면 서로의 눈높이를 맞춰야"=안 변호사는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상대방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M&A가 성공하려면 사전에 치밀한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M&A 당사자 간에 눈높이를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절차상 모든 것이 완벽해도 자기주장만을 강변한다면 성공적인 M&A 를 이룰 수 없습니다." 안 변호사는 "M&A 대상이든, M&A를 추진하는 쪽이든 간에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퇴출기업 재상장 사건'=안 변호사는 기업전문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직후인 지난 2002년 우연히 도산위기를 맞은 코스닥 상장업체의 법률자문을 맡게 됐다. 그가 자문을 맡은 A사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벤처업체였지만 한때 수백억원대의 흑자를 낼 정도로 재무구조가 탄탄한 업체였다. 그러나 창업주 은퇴 이후 새로운 경영진들이 회사 운영을 맡은 이후부터 사세가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A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새 경영진들이 거액의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임직원들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투자자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결국 A사는 시장에서 퇴출됐다.

끝까지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던 임직원들과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은 한순간에 정든 직장을 잃고 주식을 휴지조각으로 날리게 됐지만 마지막 희망을 갖고 안 변호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궁지에 몰린 이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번 해보자'란 생각으로 자문을 맡게 됐죠." 안 변호사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사진=이동훈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안 변호사는 자문을 맡은 이후 밤잠까지 설쳐가며 A사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고 MBO방식을 통해 임직원들이 회사지분을 인수하고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도산 절차를 최대한 활용해 회사를 살려보기로 결심한 안 변호사는 화의절차를 통해 조기경영정상화를 시키고 'CRC(기업구조조정 전문기업)'의 투자를 유치, A사를 시장에서 퇴출된 지 2년 만에 재 상장시키는 믿지 못할 쾌거를 거뒀다.

"대표가 구속되면서 회사는 엉망진창이 된 상태였습니다. 상장이 폐지되자 주변에서 '이제 끝났다'는 말을 하더군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일념으로 모두가 합심해 노력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안 변호사는 A사 사건 이후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2006년 워크아웃 중인 '대우정밀(현 S&T대우) M&A건'과 2007년 '휠라코리아 M&A건' 등 굵직한 M&A 사건들을 맡아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렸다. 그는 현재 국내 최초로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 중인 한국기업데이터의 M&A건 자문을 맡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사진=이동훈 기자

◇'제2의 도약을 꿈꾼다'‥법무법인 합병 추진=요즘 안 변호사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남의 사건들만 처리해온 그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M&A를 직접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40여명의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결은 국내 10대 로펌으로의 도약을 꿈꾸며 비슷한 규모의 로펌과 합병을 추진 중이다.

"항상 남을 대리하다 막상 내가 이해당사자가 돼 업무를 추진하니 기분이 묘합니다. 합병 대상은 아직 비밀이지만 내년 초쯤이면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안 변호사는 합병 작업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계속 기업전문팀에 남아 해외진출 등 사업영역을 더 넓혀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경영전략으로서의 M&A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M&A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심어주고 나아가 국가경쟁력 강화에 일조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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