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로펌과 경쟁못할 이유 없다"

"영국계 로펌과 경쟁못할 이유 없다"

대담=박영암 사회부장, 정리= 김훈남 기자, 사진=홍봉진
2011.05.30 07:00

[머투초대석]오욱환 서울지방변호사협회 회장

↑오욱환 서울지방변호사협회 회장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오욱환 서울지방변호사협회 회장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2011년은 국내 변호사업계에 일찍이 없었던 대전환기다. 변호사업계의 판도를 뒤바꿀 굵직한 현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서다. 최근 법조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한 새 변호사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7월부터는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이 발효돼 영국 등 유럽계 로펌들의 국내 법조시장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기업의 민·형사상 불법행위을 방지하기위한 준법지원인 제도 도입을 위한 법적 여건도 마무리단계에 들어갔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배출도 임박했다.

오욱환(51·연수원 14기) 서울지방변호사협회(이하 서울변회) 회장은 "큰 변하 흐름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대세로 받아들이면서 회원들의 중지를 모아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7월부터 영국계 등 유럽 변호사의 국내 진출이 가능해진다. 이들과 경쟁할 방안은 무엇인가.

▶ 법률시장 개방을 대비해 로스쿨을 설립하는 등 그동안 국내 변호사의 경쟁력 강화 작업은 착실히 이뤄졌다. 2012년 로스쿨 수료자가 1500명가량 배출된다. 사법연수원 출신도 1000여명 가량 배출, 유럽 변호사가 국내시장에 진출하기 전 인적 우위를 선점하려 하고 있다. 법무법인 설립 요건 완화에 따라 1990년대 24개에 불과했던 로펌도 502개로 늘어났다. 이들간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키우기도 진행 중이다. 아울러 로펌의 구조를 민주화하고 합리적인 분배 체계를 마련하는 등 외국계 로펌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변회 역시 장학생으로 선발된 변호사를 미국 워싱턴대, 버클리대, 코넬대 등에 파견하고 있다.

다만 민간차원에서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정부는 변호사협회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법률시장의 전문화를 지원해야 한다. 로스쿨 역시 법률시장에 대비해 국제적인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바꿔야한다. 법무법인들도 해외시장을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영국을 비롯한 유럽계 로펌의 강점은? 이에 맞서는 한국 변호사들이 보완해야할 점이 있다면.

▶ 유럽계 로펌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인재확보가 용이하고 대형화 돼 있어 종합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강점이 있다. 아울러 국제적인 거래를 다루는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유럽계 로펌을 맞이하는 한국 변호사들은 (큰 고객인) 기업에 적극적으로 접근, 이들을 유치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미국과 중국 등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는 외국법 관련 서비스를 다양한 나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이 주로 미국과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제3지역에 진출하는 기업은 법률서비스를 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좀 더 많은 지역에서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외에도 토종 로펌들 역시 대형화와 전문화를 꾀해야 한다. 편리성과 국제경쟁력 측면에서 로펌의 대형화와 전문화는 필수적이다.

↑오욱환 서울지방변호사협회 회장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오욱환 서울지방변호사협회 회장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 퇴임한 판·검사 및 군법무관이 퇴임지 관할구역에서 1년 동안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한 '전관예우 금지' 규정이 발효됐다.

▶ 전관예우 금지를 위한 수임제한 규정에 대해서는 적극 찬성한다. 법조계가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확보하고 공정한 법률시장 형성을 하기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다. 이번 전관예우 근절방안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영업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이에 품위와 명예를 지키려는 법조인의 자발적인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 전관예우 금지조항을 어긴 변호사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규정되지 않았다. 전관예우 금지조항의 실효성을 높이는 제재수단이 필요한 것 아닌가.

▶ 전관예우 금지법의 실효성 문제는 어디까지나 우려일 뿐이다. 수임제한 규정을 위반한 변호사에 대해선 그 자격을 뺏거나 업무제한을 할 수 있고 행정제재인 과태료 부과도 가능하다.

이를 두고 실효성이 없다는 것은 잘못됐다. 아울러 매년 1월말 전관 변호사가 관여한 사건·사무 내역을 제출토록하고 있다. 이 내역은 지방변호사회를 거쳐 법조윤리협의회로 전달되며 협의회는 징계사유나 위법 사실 등을 검토, 대한변협에 징계를 신청하거나 검찰에 수사의뢰를 할 수 있다.

- 이 외에도 전관예우 금지 조항이 제 역할을 하기위해 보완해야 할 것이 있다면.

▶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는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법무부 장관 등의 개업금지에 해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 또 영국의 사례처럼 변호사가 판사로 임관한 뒤 중도 사직하는 경우 다시 변호사로 활동할 수 없게 하는 방안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이들이 변호사를 하게 되면 판사의 독립성에 균열이 생기고 이는 결국 국민 신뢰 하락으로 떨어진다.

-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사법개혁안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법관 증원안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방안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 20명이 아니라 50명까지라도 늘려야한다고 생각한다. 대법관 수를 늘리는 것이 이들의 권위를 하락시키는 것이 아니다. 현재 13명의 대법관이 연 8000여건의 사건을 맡는다.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는 환경인데 어떻게 권위를 논하겠는가. 대법관의 권위는 공정하고 올바른 재판에서 온다. 내 바람을 들어주길 바라는 국민의 입장에서 훌륭한 법관은 사건을 성의 있게 처리하는 사람이다. 진정한 의미의 3심제가 되려면 대법관이 기록을 성실하게 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대검 중수부 역시 그 자체로 해야할 일이 있다. 최근 저축은행들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의혹을 보면 '중수부가 아니면 어디서 수사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개특위의 안대로 특별수사청을 만들어도 결국 장관 아래 조직이다. 중립성이 훼손됐다는 의미다. 어느 기관을 만들어도 소속만 다를 뿐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굳이 새 기구를 만들어 세금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욱환 서울지방변호사협회 회장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오욱환 서울지방변호사협회 회장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 최근 스폰서·그랜저 검사와 지하철 성추행 판사 등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판·검사들이 현직에서 물러난 뒤 곧바로 변호사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현행 변호사법은 공무원 재직 중의 직무에 관한 불법으로 인해 징계를 받거나 퇴직한 이에 대해서만 변호사 등록거부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직 판·검사들이 비위를 저질러 퇴직해도 협회차원에서 등록을 거부하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다만 재직 중 비위행위를 저지른 법조인에 대해서는 심사위원회 회부 등 소정의 절차를 거쳐 입회에 앞서 자숙의 기간을 갖도록 요청하고 있다.

- 2012년부터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 1500여명이 시장에 나온다. 변호사 '구직난'이 더 심각해지는 것은 아닌가.

▶ 지금은 사법시험에서 변호사시험으로 변하는 과도기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배출될 변호사는 1만7205명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법시험제도가 시작된 1963년부터 2009년까지 사법시험 합격자와 맞먹는 숫자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해 보면 2012년 전체 로펌들의 변호사 채용인원은 올해의 2배정도가 될 것이다. 여기에 2015년까지 매년 약 1100명의 신규 변호사가 1인 법률 사무소 형태로 변호사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 변호사 고용시장은 매우 열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신규 변호사의 42%를 채용했던 13개 대형 법무법인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가장 중요하다.

- '준법지원인' 제도에 대해 기업들의 불만이 많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변호사의 요구와 기업 불만을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

▶ 지난 3월 기업에 상주하며 민·형사상 자문을 하는 '준법지원인'을 매출액 기준 일정 수준 이상 회사에 두도록 한 개정 상법이 국회를 통과, 법무부는 그 시행령을 마련 중이다. 이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준법지원인 제도는 변호사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주주나 경영진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준법지원인은 회사의 매출을 올리고 기업 주주의 이익을 증가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전국 270개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부처에 법무담당관을 상주시켜 대국민 서비스 향상에 기여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안할 예정이다. 그 밖에도 국회의원 1인당 1명씩 입법보좌관을 변호사로 두도록 하는 '입법지원인' 제도 발의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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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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