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쉬운 점 있지만 합의안 존중"

경찰 "아쉬운 점 있지만 합의안 존중"

류철호 기자
2011.06.20 14:32

내부에서는 "형식적인 조정안일 뿐" 격앙된 반응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보장하되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한다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대해 경찰은 "다소 아쉬운 점이 있지만 정부의 합의 조정안을 존중하고 수용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20일 박종준 경찰청 차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찰이 하고 있는 수사현실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더 이상 국가기관 간의 갈등으로 국민들께 염려를 끼쳐드려서는 안 된다는 견지에서 (합의 조정안을)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세부합의 내용 중 사법경찰관의 역할을 규정하는 조항인 196조 1항에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의 '수사'의 의미는 '내사'를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정했다고 전했다. 또 196조 3항의 '법무부령'을 제정할 때에는 검찰과 경찰이 상호 협의해서 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 차장은 "합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경찰은 새로운 형소법 체계 내에서 수사의 주체로서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공정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국민들께 보다 나은 수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찰 수뇌부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경찰 내부에서는 이번 합의안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단 숙원이었던 수사개시권이 형사소송법 196조 2항에 명문화된 것은 반기는 분위기이지만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인정한 196조 1항과 3항이 오히려 검찰의 권한만 강화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

수사권 조정 업무에 관여한 한 경찰청 간부는 "너무 당혹스럽고 허탈해 할 말이 없다"며 "이번 합의안은 형식적인 생색내기에 불과하고 자칫 검찰 권한만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간부도 "사법개혁을 이룬다는 명분하에 시작된 수사권 조정 논의가 결국은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했다는 게 아쉽다"며 "이번 합의안은 법 조항을 항목만 바꿨을 뿐 사실상 내용은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 백용호 청와대 정책실장, 김효재 정무수석, 권재진 민정수석, 임채민 국무총리실장, 이귀남 법무장관, 조현오 경찰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막판 조정을 벌여 합의안을 도출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합의안이 도출된 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양 기관이 성심을 다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협의해 온 결과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발표했다.

합의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인정하되 사법경찰관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식할 때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에 관해 수사를 개시·진행하도록 했다.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은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로 문구만 일부 조정했다. 또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을 때는 이에 따르도록 하고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법무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다만 검사의 지휘를 따르도록 하는 조항이 있는 만큼 '사법경찰관리는 검사가 직무상 내린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검찰청법 53조는 삭제키로 결정했다. 정부는 국민 인권과 범죄 수사의 효율성, 수사 절차의 투명성에 기준을 두고 향후 6개월 내에 검찰과 경찰 간의 협의를 거쳐 법무부령을 정하기로 했다.

경찰청의 한 고위 간부는 "형소법 196조 2항에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긴 했지만 3항에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며 "이는 합의안이 결국 검찰의 입장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합의안은 기존 법 조항의 항목을 나눠놓은 것에 불과하다"며 "이런 식으로 처리될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수사권 조정 논의를 할 필요도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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