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한국 민요인 '아리랑'을 자국의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중국 최고의 국가행정기관인 국무원은 조선족 민요 아리랑과 씨름 등 풍습이 포함된 '제3차 국가 무형문화유산'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국내 아리랑 연구의 대가인 김연갑(56) 한민족아리랑연합회 상임이사가 21일 "이대로 가다가는 중국에 우리 민요를 빼앗긴다"고 심경을 밝혔다.
-중국의 이번 발표가 어떤 파장을 낳고 있나.
▶남한과 북한은 물론 수많은 해외 동포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다. 특히 한국의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될 위험이 있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을 거치며 전 세계적으로 '코리아는 아리랑'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혔다. 그런데 중국이 아리랑을 자국의 무형문화재로 지정한 사실이 다른 국가에 알려지면 한국이 중국의 영향을 받은 '속국'이라는 이미지가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아리랑을 자국의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시킨 까닭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아리랑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올리기 위한 전 단계라고도 볼 수 있다. 아리랑이 중국의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중국에 빼앗기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이 매년 '아리랑 축전'을 대대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마당에, 중국이 북한과 사전 논의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리랑이 중국과 북한의 흥정 대상이 됐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한국 정부의 빠른 대책과 신속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일단 아리랑은 국내에서도 제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우리 아리랑은 지난 1971년 '정선 아리랑'이 강원도무형문화제 제1호로 지정된 것외에는 제도화된 적이 없다. 모두가 아리랑을 우리 민요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였다.
진도, 서울, 밀양 등 모든 아리랑을 포괄해 국가무형문화재로 등재시켜야 한다. 중국은 이미 포괄적인 의미의 아리랑을 자국의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31년 간 아리랑을 연구한 입장에서 지금 심경은 어떤가.
▶아리랑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민간단체의 상임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아리랑을 아끼고 사랑하는 우리 민족들에게 미안하다. 앞으로 우리 민요인 아리랑을 지키고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안팎으로 노력하겠다. 하지만 민간단체의 활동과 영향력은 한계가 있다. 우리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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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에도 중국은 조선족의 '농악무'를 자국의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발표하고 유네스코 대표 목록에 등재했다. 당시 우리 정부에서 별다른 대응이 없었고 결국 또다시 우리 문화유산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 이제라도 정부가 발 벗고 나서지 않는다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한민족아리랑연합회는 이날 "국가적 차원과 위상에 대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포괄적인 장르 개념의 아리랑을 유네스코에 등재시키기 위해 노력해 달라는 등 5개항을 요구했다. 또 아리랑을 포함한 전통문화 전반의 세계화 사업을 제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민족아리랑연합회는 지난 1983년 나운영, 고은 선생을 중심으로 결성된 '아리랑 기행'에서 출발했다. 1988년 '모임 아리랑'을 거쳐 1994년 지금의 한민족아리랑연합회로 재창립한 민간단체다. 아리랑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활동을 통해 국내외에 아리랑을 널리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