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 영어교사제 '3000억 예산에 효용 글쎄…'

원어민 영어교사제 '3000억 예산에 효용 글쎄…'

진달래, 배소진 기자
2011.09.24 12:17

"수업 허술해도 경력 쌓이면 월급 올라"…살아있는 녹음테이프 비판도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제도가 약 3000억원 예산을 쏟는데 비해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교육 현장에서 커지고 있다.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는 1995년부터 학생들의 듣기·말하기 중심의 실용적 영어교육을 위해 전국에 배치되기 시작해, 지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그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24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11년 현재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배치된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는 약 9000명이다. 관련 예산은 교육청 재원과 지자체 지원을 바탕으로 하는데, 올해 예산은 경기도 약 687억700만원, 서울 약 510억1400만원, 경상북도 약 282억830만원 등 총 3094억6000만원에 이른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 예산을 두고 과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예산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의 경우 원어민 교사의 능력보다 과도하게 높게 책정됐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울산 A초등학교 영어전담교사는 "원어민교사 1명을 초빙하는 데 드는 비용이 1년에6000만~7000만원"이라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은 (교육 현장에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의 '2011년도 상반기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계획' 자료에 따르면 원어민 교사 월급은 지역과 등급에 따라 150만원에서 270만원 정도다. 월급 이외에도 원어민 교사의 국내 정착을 돕기 위한 주택비, 주거용품비, 보험비 등 기타비용을 정부가 지원한다.

원어민 보조교사와 코티칭(Co-Teaching) 경험이 있는 교사들은 큰 비용을 들여 고용한 원어민 교사가 '살아있는 녹음테이프' 역할만 하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한다.

울산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한 교사는 "심지어 아이들에게 영어 비디오만 틀어주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모습을 자주 목격하면 비싼 돈을 주고 고용한 원어민 교사에 대해 부정적인 말이 돌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관악구 B초등학교에서 지난 2년간 원어민 보조교사와 코티칭을 한 교사도 "수업계획을 세우는 일은 한국인 교사가 도맡기 일쑤고, 원어민 교사가 계획에 맞는 수업마저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허술하게 수업을 한 원어민 교사라도 1년 후 재계약을 하면 경력이 인정돼 월급이 올라간다는 대목.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동일 교육청과 연속 재계약한 자'는 등급이 한 단계씩 상승해 월급도 20만원씩 높아진다. 또한 재계약보상비 명목으로 200만원을 받는다.

원어민 교사를 담당하는 영어전담교사들은 "유명무실한 원어민 교사 평가제도 탓에 원어민 교사는 '대충' 수업을 하고도 재계약을 하고 더 높은 월급까지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관악구 B초등학교의 교사는 "원어민 교사 평가가 낮게 나오면 마치 관리를 잘못한 학교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낙인찍히는 분위기가 있다"며 "더군다나 현재 원어민 교사가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더 나은 자질의 후임교사가 온다는 보장이 없다"고 솔직한 평가가 힘든 이유를 밝혔다.

교육 현장에서는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제도의 의도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서울 도봉구 C고등학교 교사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원어민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는 중요하다"면서도 "원어민 교사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체계가 있어야만 실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모두가 만족하는 수업이 되기까지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각종 연수, 우수 사례 발굴, 능력 있는 원어민 교사 채용 등에 더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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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진 기자

안녕하세요. 티타임즈 배소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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