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서울시장 홈페이지 DDos(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공격 주도가 최구식 한나라당 국회의원 전 비서 공모씨(27)의 '단독범행'으로 경찰이 가닥을 잡았지만, 여전히 의구심은 남아 있는 상태다.
경찰청은 8일 "그동안 줄곧 범행을 부인하던 공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범행을 자백했다"며 "윗선없이 단독으로 범행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진짜 단독 범행일까
경찰은 공씨가 자백한 이유에 대해 재보선 전날 술자리를 함께 해 경찰 조사를 받은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인 김모씨(31)의 실토가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소환된 박 의장의 전 비서 김씨와 공성진 전 의원 비서 출신 박모씨(35)는 8일 새벽 각각 조사를 받다 화장실을 가던 도중 우연히 마주쳤다. 당시 박씨가 김씨에게 "예전에 내게 공씨가 선관위홈페이지를 공격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사실대로 이야기해라"고 다그치자 마음이 흔들린 김씨가 자신이 들은 '공씨의 자랑'을 털어놨고, 이를 근거로 경찰이 공씨를 재차 추궁하자 공씨가 '자백'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공씨는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를 돕는 일이 최구식 의원을 돕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며 "젊은층의 투표율이 선거에 영향을 많이 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표소를 찾지 못하게 하면 투표율이 떨어지지 않겠냐는 생각에 범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동안 디도스 공격 지시 자체를 줄곧 부인하던 공씨가 김씨의 경찰 진술을 근거로 한순간에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단독범행'임을 진술했다는 점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우발적이라고?
특히 경찰은 공씨가 술을 마시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실행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재선거날인 26일 오후 12시를 전후한 시점에 공격을 실시하라고 평소 친분이 있던 IT업체 대표 강모씨(26)에게 전화로 지시했다. 당시 필리핀에 있던 강씨는 한국에 있던 자신의 업체 직원 김모씨(27)에게 디도스 공격을 지시했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공씨는 이후 술자리에 있던 박 의장의 전 비서 김씨에게 '디도스 공격'을 알렸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공씨가 김씨 등과 술자리에서 선거 판세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우발적'으로 범행을 지시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전에 계획된 범행이 아니라는 판단인 셈이다.
독자들의 PICK!
경찰은 공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다면 △선거 당일이 돼서야 시범공격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강씨가 필리핀에 머물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고 △공격을 실행한 강씨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시 후보에 출마한 사실을 몰랐으며 △선관위가 어떤 곳인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았다는 점 등을 우발 범행의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씨 혼자 술을 먹다 '모시던' 의원에 대한 '충정'에서 우발적으로 이같은 '대형사고'를 저지를 수 있을 지 의문을 가졌다.
향후 수사 초점은
향후 수사는 단독범행을 앞세운 공씨의 주장과 달리 자금을 대는 등 배후가 있는 지 여부와 우발적으로 디도스 공격이 이뤄졌다는 의혹 해소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계획적인 디도스 공격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계좌 등 자금 흐름 추적이 필수적이지만 시간상 확실히 마무리짓지 못했다"며 "이 대목은 추가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IT업계의 한 전문가는 "경찰 발표대로 도박사이트 등을 공격하기 위해 강씨 회사에서 미리 좀비 PC를 보유하는 등 준비가 돼 있었다면 몇시간 안에 선관위 홈페이지를 다운시키는 일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하지만 선관위 홈페이지만을 노려 디도스 공격을 감행하려면 꽤 많은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 대한 진술이 맞는 지 여부에 대한 수사와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