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폭로가 된 사안이라 이 부분에 대한 혐의를 입증해야 과락을 면한다"(10월)
"이 정도면 낙제점은 면했다고 생각한다"(12월)
이국철 SLS그룹 회장(48)이 지난 9월 폭로한 정권실세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의 말이 2달만에 바뀌었다.
수사 초기 이 회장의 무차별 폭로와 이로 인해 제기되는 의혹들로 수사팀은 밝혀야할 과제만 있던 상태. 수사팀 관계자는 "폭로가 있었다곤 하지만 부정확하고 믿을 수 없는 내용이 많아 사실상 처음부터 수사한 것과 다름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나 검찰은 한차례 구속영장기각 후 추가수사를 통해 이 회장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51)을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이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과락은 어느 정도 면한 셈이다.
현재 이 회장의 정권로비수사는 처음 제기된 의혹을 넘어 새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최근 검찰은 이 회장의 청탁을 전달한 혐의로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씨(42)와 이 회장 측으로부터 6억원을 받은 혐의로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76)의 보좌관 박모씨(46)를 구속했다.
정권실세 로비 의혹을 넘어 대통령 친인척 비리로 확대될 조짐이 관측됨에 따라 수사의 방향에 세간의 관심이 모인다.
검찰은 이 회장 측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았다는 박씨가 의원실 관계자들과 돈을 세탁한 정황도 포착, 이 돈의 종착역이 어디인지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회장의 청탁으로 SLS그룹 해체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는지도 면밀히 살피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의 수사결과 박씨가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71·구속기소)로부터 1억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양갈래로 나뉘어 있던 줄기가 박씨로 수렴하는 모양새다.
검찰 수사에 대한 뭇사람들의 기대는 체면치레가 아니다. 일단 낙제점은 면했다고 하지만 각종 의혹들이 의문인 채로 마무리돼선 안될 터다. 이를 위해선 이 의원 등 현 정권실세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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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사팀 관계자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열심히 수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싶다"고 말했다. 이 바람을 이루는 데 달리 길이 있을까. 신병처리 여부와 혐의·무혐의 등 사법처리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근거와 결과가 나왔을 때 검찰 수사에 대해 이 같은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