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라노 컬렉션 마지막 날, 조르지오 아르마니 컬렉션이 열렸다. 아르마니 컬렉션은 엠포리오 아르마니와 조르지오로 나눠 밀라노에서 두 개의 남성복 컬렉션을 선보였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1980년대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간판 디자이너. 과장된 기교 없이 단순함과 우아함을 무기로 하는 '아르마니 풍'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최고급 소재와 낙낙한 품으로 이뤄진 남성 슈트의 혁명을 일으킨 사람이다. 1974년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의상실을 열고 남성복을 디자인하다가 1980년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리처드 기어의 의상을 담당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국내에서도 1980년대 후반부터 캐주얼 브랜드의 고급화를 이끈 명품 중의 명품이다. 아르마니 진과 아르마니 익스체인지를 통해 독수리 모양으로 대표되는 로고를 국내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심었다.
하지만 조르지오 아르마니라 해도 세월을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이란 우려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1934년생인 그가 한 해 두 해 지날 수록 언젠가는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걱정이 패션계에 조금씩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2012 F/W 밀라노 남성복 컬렉션에서 그는 우려를 한 방에 날려버린 듯하다. 예전에 비해 다소 지쳐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두 차례 컬렉션으로 보여줬다.
밀라노 컬렉션 첫 날 열린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라인답게 감각적이고도 세련된 남성복을 선보였다. 하이라이트인 최고급 라인 조르지오 아르마니 컬렉션에서는 예술의 경지에 이른 장인의 힘을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었다.

특히 남성복의 가장 기본적인 클래식 패턴인 스트레이트한 슈트 라인을 지양하고 볼륨을 키운 낙낙한 품의 슈트 실루엣을 선보여 '역시 아르마니!'라는 찬사를 받았다.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소재. 예를 들어 백운석 컬러에서 영감을 받은 듯 한 트위드 소재의 룩은 숨겨진 지퍼가 돋보이는 허리까지 오는 하프 코트와 셔츠를 매치시켜 단순하고 깔끔한 미니멀리즘적인 요소를 극대화했다.
아르마니가 사랑하는 캐시미어 소재의 스웨터는 강렬한 프린트와 진한 파랑과 빨강 등 컬러 대비를 통해 기존에 볼 수 없던 21세기 남성이 지녀야할 섹시하고 화려한 요소까지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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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클래식한 소재인 벨벳을 턱시도 룩의 모든 재킷에 매치시켜 일상화하면서도 품격 있는 소재로 업그레이드 했다. 코듀로이 소재 역시 마치 벨벳처럼 빛나면서도 두꺼운 느낌으로 처리해 고급화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르지오 아르마니 컬렉션이 남긴 테마는 '어 플레이 온 패브릭스(A play on Fabrics)' 즉 소재의 변형을 통한 다양한 놀이였다고 할 수 있겠다.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워낙 화려한 과거를 가졌기에 그 시절에 대한 유난스러운 애착을 가졌을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밀라노에서 선보인 그 어떤 젊은 디자이너보다 미래적인 소재의 재해석을 통해 항간의 다양한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낸 천재의 복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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