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혜문스님, 경복궁의 비밀을 말하다 "고궁박물관은…"

[단독] 혜문스님, 경복궁의 비밀을 말하다 "고궁박물관은…"

뉴스1 제공
2012.01.23 10:55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혜문 스님. News1 박철중 기자
혜문 스님. News1 박철중 기자

조선왕실의궤 환수의 주역인 혜문스님(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이 설날을 맞아 경복궁의 숨겨진 비밀을 밝혔다.

서울시 종로구 견지동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실에서 만난 혜문스님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5년동안 40여차례 일본을 오가며 압박해 결국 조선왕실의궤를 90여년만에 반환 받았건만 기쁨에 빠져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그는 오랜 침묵 끝에 "경복궁 안에 아직도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증거 사진을 제시하며 "현재 조선왕실의궤를 전시하고 있는 경복궁 내의 국립고궁박물관은 과거 일제 식민지의 근간인 조선총독부 축 위에 건립됐으며 경복궁의 축과는 삐뚤어진 매우 수치스러운 상태이다“고 밝혔다.

붉은색 원 안의 국립고궁박물관이옛 조선총독부 축에 맞춰져 경복궁 축과 어긋나 있다. News1
붉은색 원 안의 국립고궁박물관이옛 조선총독부 축에 맞춰져 경복궁 축과 어긋나 있다. News1

그의 설명에 따르면 국립고궁박물관은 1995년 조선총독부 청사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하던 당시 조선총독부 철거 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립됐다.

하지만 행정당국이 과거 조선총독부의 축과 맞춰 지어진 후생복지관이 있던 자리에 국립고궁박물관을 그대로 건립하며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는 “국립 고궁박물관은 이름에서 시사하는 바와 같이 ‘경복궁의 유물’을 전시하기 위한 부속 건물이다”면서 “총독부 철거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 경복궁 축이 아닌 조선총독부의 축에 맞춰 건립되었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광화문의 축이 조선총독부에 맞춰져 있어 경복궁의 축과 평행을 맞추기 위해 새롭게 복원했다는 것을 상기하면 고궁박물관의 축이 틀어져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이는 당시 행정당국이 얼마나 안이하고 나태하게 고궁박물관 건립에 임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한 시대의 수치이자 민족의 망신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90년만에 조선왕실의궤를 반환받으며 일본의 과거사 해결에 대한 단초가 열린 지금 의궤 전시는 민족적인 경사”라며 “하지만 이렇게 치욕적인 국립고궁박물관에 조선왕실의궤를 전시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도 현재 일제에 의해 훼손된 경복궁의 원형복원을 최상의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제 더 이상 국립고궁박물관의 문제를 은폐하지 말고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과감히 철거하고 경복궁 축에 맞는 새로운 박물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혜문스님은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기록문화의 꽃’이라 할 만한 조선왕실의궤가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일본의 사과와 함께 귀환했음에도 7000만 겨레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민족적 경사로 승화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혜문 스님이국립고궁박물관 조선왕실의궤 전시장에서조선왕실 도서는 이토 히로부미가 빼앗아간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News1 박철중 기자
혜문 스님이국립고궁박물관 조선왕실의궤 전시장에서조선왕실 도서는 이토 히로부미가 빼앗아간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News1 박철중 기자

조선왕실의궤 반환의 주역으로 의궤반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스님은 “경술국치 100년을 맞은 2010년 일본은 우리 민족의 환심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고 시대적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이상득 의원과 함께 일본에 조선왕실의궤와 이토 히로부미가 가져간 우리 도서를 반환해 줄 것을 요구해 의궤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이라는 뒷얘기도 털어놓았다.

그는 “경술국치 100년이 아니었으면 조선왕실의궤를 평생 돌려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그만큼 이번 의궤 반환은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사실상 정부가 문화재 반환을 공식 요청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궤 반환은 민간이 이뤄낸 ‘현대판 의병운동’의 승리이자 천황궁을 상대로 승리한 민족적 쾌거”라며 “천황궁이 소장했던 ‘식민지 시기 빼앗긴 문화재’를 되찾은 것은 단순한 문화재의 반환을 뛰어넘는 민족사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외규장각 도서를 프랑스에서 5년 단위 불완전한 임대를 받고도 대대적인 환영행사와 홍보를 벌인 반면 이번 의궤는 일본을 통한 영구적 반환을 받아낸 것인데도 홍보가 축소되고 있다”면서 “혹시나 아직도 식민지 노예근성이 남아있어 일본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그는 “조선왕실의궤 환국을 기념해 열린음악회 같은 축하공연과 홍보를 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경복궁에 수차례 제안했지만 문화재청의 이견으로 무산되고 말았다”며 “의궤 반환을 주도한 사람이 정부인사가 아닌 승려란 이유로 축소된 것이 아닌가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서운함을숨기지 않았다.

전시회 자체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전시를 맡고 있는 고궁박물관은 의궤 환국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것 같다. 전시회 곳곳에서 대충 전시 기간만 채우고 끝내려는 듯한 모습이 발견돼 너무나 안타깝다”는 것이다.

스님은 “전시장을 둘러보면 조선왕실의궤가 처음에 전시되지 않고 이토 히로부미가 도서를 합법적으로 반출해 갔다는 표현을 써 맨 처음에 배치하는 등 전시의도에 의심이 갈 정도”라면서 “전시회 제목에 있어서도 ‘조선왕실의궤’와 ‘조선왕조의궤’를 혼돈해 사용하는 등 사소한 것에서조차 무관심하게 준비한 것이 역력하게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전시가 끝나면 의궤가 지하 수장고에 보관돼 다시 공개되기 힘든 만큼 모든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야 한다”면서 “조선왕실의궤 반환을 통해 7천만 겨레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길 기원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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