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경찰청 주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유관단체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모인 각 단체는 '학교폭력'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데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으나 접근하는 방법에 있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나타냈다. 특히 경찰의 개입에 대해서는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가 서로 '온도차'를 보였다.
◇교원단체, "학부모소환제 시행해야"..."교사 사기문제도 고려해달라"
이남봉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수석부회장은 학교폭력에 대해 "우리나라도 이제는 미국처럼 학부모소환제를 고려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미국의 경우에는 (학교폭력)이 일차적으로 학부모 책임"이라며 "부모가 사법적 책임을 엄하게 지도록 돼 있다. 학부모가 자녀교육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학교가 경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양천구 S중학교 교사 직무유기 수사와 관련해서 다시 한번 불만과 우려를 나타냈다. 교사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가뜩이나 학생인권조례로 사기가 떨어졌고 학생생활지도가 어려워 담임기피현상이 일어나고 명퇴교사가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다만 당시 경찰청측에서 뒷수습을 잘 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준구 한국중등교장협의회 회장 역시 "일선 책임은 어쨌든 교사들에게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은 일차적으로 학교에 맡겨 교사들이 신중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이나 권한을 줬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교사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학부모 "교사가 너무 편해"...'직무유기' 경찰수사에 찬성
반면 학부모 입장에 선 단체들은 경찰에 좀 더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했다. 학생들의 선도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하지만 교사의 명백한 '직무유기'는 처벌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는 "학부모 입장에서 나는 교사직무유기 경찰수사가 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경찰이 그런 결정을 내린 데는 충분히 조사해본 결과 직무유기라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있었던 교총회장의 경찰청 항의방문을 강도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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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학교에 아이들을 보낼 때 공부만 가르쳐달라고 하는 것 아니다"며 "요즘 교사들은 너무 편하다. 교원단체는 자신들의 책임범위를 벗어났다고만 말하기 전에 스스로 책임을 다 못했다는 반성을 먼저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미현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사무국장은 "그동안은 문제가 생겨도 신고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신고할 곳이 있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환영할 만 하다"며 "외진 학교일수록 교육청, 경찰도 해결을 제대로 못해주는 경우가 많다. 단위 경찰이 좀 더 각 학교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경찰이 신고받은 학생들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줄 것을 거듭 강조했다. 가해학생의 상당수가 또다른 학생의 피해자이기도 한 데다, 자칫 경찰조사를 받은 기록이 불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다.
장은숙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경찰과 학교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서로 다르다"며 "여성청소년계에 소속된 경찰관들이 1~2년만에 바뀌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도 학교폭력 부문의 전문가로 인식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활동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 청장 "학교폭력 문제 누가 누구한테 돌을 던지겠나. 책임감 느낀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학교폭력 문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에 대해 경찰이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며 각 단체들의 고민에 공감했다.
그는 "경찰제도의 본래 존재가 국민안전인데 형사사법구조 상 경찰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범죄가 발생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못한다"며 "앞으로는 국민의 불편불만을 선제적으로 배려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여성청소년계에서 학교폭력 전담경찰관을 두는 문제에 대해서도 "아직 증원이 안되고 현재 인원에서 300여명을 활용하고 있다"며 "학교가 좀 잠잠해진다고 해서 다른 업무로 차출해가지 않도록 인력충원을 하고 제도적으로도 뒷받침해서 중장기적으로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