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님을 좀 늘려주시면 안될까요." 요즘 증권사들이 서울남부지방법원을 향해 내비치는 바람이다.
하루에 수십조 원이 오가는 여의도 증권가는 외부 변수로 인해 시장이 불안정한 양상을 보이면서 부쩍 법적분쟁에 휘말려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증권사와 관련된 소송금액은 1조983억원에 달한다.
단일소송의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회계처리문제로 거래가 정지된 중국고섬 투자자들이 주관사를 상대로 낸 소송, LIG건설 CP(기업어음) 투자자들이 판매사를 상대로 된 신탁금 반환소송,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원건설 회사채 투자자들이 발행주관사를 상대로 낸 소송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심리를 맡는 법원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데 있다. 현재 증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대부분은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가 맡는다. 민사소송법상 피고의 본사 소재지를 관할하는 법원으로 사건이 이송되는 탓이다.
남부지법에는 2개 증권사건 전담부가 있는데 민사4단독 재판부와 합의부인 민사11부다. 하지만 증권관련 사건은 대체로 내용이 복잡하고 원고가 다수인 경우가 많아 부장판사 1명과 배석판사 2명이 있는 합의부에 배당된다.
증권사들로서는 민사11부 부장판사에게 사실상 운명을 맡겨야 한다. 증권사들은 법관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도 자칫 재판장의 성향에 따라 판결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눈치다.
특정 분야에서 증권사들이 잇따라 패소한 경우 동일한 재판부에 불려가는 증권사의 심정은 그다지 편치 않다. 남부지법에 재판장을 늘려달라는 증권사들의 요청은 다양성에 대한 바람이다.
증권사들은 한 재판부가 처리하기에는 사건의 양이나 규모가 너무 확대된 게 아니냐는 점도 이유로 든다. 지난해 증권사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금액은 7572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대한민국 금융의 심장인 여의도를 관할하는 남부지법에 증권사건 전담 합의부를 최소 2개로 늘려달라는 증권사들의 요청을 법원행정처가 한 번 검토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