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칼부림, 원인? "왜 나만…" 분노 표출

묻지마 칼부림, 원인? "왜 나만…" 분노 표출

박진영 기자, 김성은
2012.08.24 14:52

'묻지마 칼부림'에 예외는 없다...해결책은?

김기용 경찰청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제과점 인근에서 지난 22일 오후 7시 16분께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에 대한 경찰의 상황 재연을 지켜보고 있다. 김기용 청장은 이날 앞으로 흉기난동 우범자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2012.8.23/뉴스1
김기용 경찰청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제과점 인근에서 지난 22일 오후 7시 16분께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에 대한 경찰의 상황 재연을 지켜보고 있다. 김기용 청장은 이날 앞으로 흉기난동 우범자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2012.8.23/뉴스1

전국 곳곳에서 '묻지마 칼부림'이 잇따라 발생하며 무고한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다.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 대한 우발적 범죄가 계속되면서 사회적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전 직장 동료에게 앙심을 품은 30대 남성의 '묻지마 칼부림'이 있었다. 국회의사당 맞은편 도로에서 김모씨(30)가 갑자기 흉기를 휘둘러 남녀 4명을 다치게 한 것.

경찰조사 결과 이 사건은 H신용평가사에 근무하던 김씨가 당시 동료직원들에게 앙갚음한 '원한 범죄'로 드러났다.

얼굴을 수차례 흉기로 찔린 전 직장동료 조모씨(여·31)와 또 다른 피해자 김모씨(32)는 물론 가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행인'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에서도 '칼부림'으로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술에 취한 강모씨(39)가 수원의 한 술집 주인 유모씨(39)에게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유씨와 손님 임모씨(42)에게 칼을 휘두르고 달아난 것.

이후 강씨는 숨을 곳을 찾아 고모씨(65) 집으로 들어갔다가 소리 지르는 고씨를 수차례 찌르고 고씨의 아들(39)과 부인 이모씨(60)도 흉기로 찔렀다. 이날 고씨가 사망하는 등 일가족이 아무런 이유 없이 '참변'을 당했다.

울산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1일 오후 9시 30분쯤 울산 복산동에서 이모씨(27)가 집 근처 슈퍼마켓 여주인 김모씨(53)의 배를 흉기로 찌른 것.

경찰 조사 결과 청년 실업자 이씨는 '은둔형 외톨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졸 학력의 이씨는 3년 전 실직한 뒤 홀로 지내며 쌓인 사회에 대한 '울분'을 단골 슈퍼 주인에게 분출했다.

지난 18일 오후에는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역에서 전철을 탄 유모씨(39)가 침을 뱉는다며 항의하는 승객 박모군(18)등에게 '홧김에' 흉기를 휘두르는 등 10분 동안 남녀 8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러한 '묻지마' 범죄가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 예측했다. 미국 등에서 '총기 난사' 형태로 발생하는 우발적 범죄가 우리나라에도 '칼부림'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진단이다.

이 교수는 "명백한 이유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것은 사회 불만을 폭력적으로 분출하기 때문"이라며 " '세상'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불만이라 피해자 역시 '불특정 다수'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사회적 불만은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며 "울산, 여의도 칼부림도 다른 사람은 다 행복해 보이는데 본인만 사회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 분노를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묻지마 칼부림'을 비롯 우발적 강력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는 2000년 653명에서 2010년 1048명으로 10년 새 70%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반해 '묻지마 범죄'는 대부분 우발적으로 발생해 예방도 어렵고 대응도 미숙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찰 1인당 담당 인구가 501명에 달하고 급작스럽게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묻지마' 범죄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

'묻지마' 범죄 대책으로 초기 예방과 체계적인 매뉴얼 구축이 논의된다.

이 교수는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는 경우 누구나 도움 받을 수 있는 '상담창구'를 국가가 나서서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의 다양한 상담창구를 엮어 '불=119'와 같이 정신적 문제에도 즉각 도움을 주는 '핫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에서도 우발적 범죄 매뉴얼을 체계화하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우발적 범죄 대응 행동요령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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