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마약에 빠진 의사,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

[기자수첩]마약에 빠진 의사,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

최우영 기자
2012.10.11 10:29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주택에서 40대 여의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의사의 옆에는 '우유주사'로 알려진 수면유도제 프로포폴 앰플과 주사기가 놓여 있었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 수서경찰서는 "여의사가 피곤함을 느낄 때면 가끔 병원에서 가져온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주변인의 진술을 확보했다.

최근 의사가 관여된 마약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동구의 한 대형병원 의사와 간호사 등 5명이 알프라졸람과 클로나제팜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몰래 빼내 투약하다 적발됐다. 7월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서울 강남 H산부인과 의사의 사체유기 사건도 발단은 향정신성의약품이었다. 몰래 빼낸 프로포폴을투약해주며 환자와 친해진 의사가 사건 당시 처방전 없이 미다졸람 등 13종 약물을 투약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만든 뒤 사체를 유기했다.

의사가 연관된 마약사범 숫자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의사 마약사범은 123명으로 2010년 75명보다 64% 늘었다. 전체 마약사범은 같은 기간 5882명에서 5477명으로 7% 가량 감소했다. 일반 마약사범은 줄어드는 데 반해 의사들은 점점 더 많이 마약에 손을 대는 것으로 판단된다.

전문가들은 의사 마약사범 증가이유에 대해 '용이한 마약 접근성'과 '떨어지는 윤리의식'을 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의사들은 마약류 약품 수량이 장부와 달라도 '수술 당시 더 많은 양을 사용했는데 기재를 누락했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경우 정상을 참작해 가벼운 처벌만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행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의사는 의사면허를 취득하면서 마약류 취급관리자 자격을 얻는다. 처방전 없이 투약하는 경우, 처방전을 써도 품명과수량이 정확히 기재되지 않는 경우, 유효기간이 지난 마약류를 취급하는 경우에만 처벌 대상이 된다.

의사들의 양심선언인 히포크라테스 선언에는 "양심과 위엄으로 의술을 베풀고 지식을 인도에 어긋나지 않게 쓰겠다"는 다짐이 있다. 의료선진국으로 세계 속에 자리잡고 있는 한국의 의사들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윤리'를 지닌 상태로 머물러있는다면 '양심과 위엄'은 고사하고 '인도에 어긋난' 마약사범으로 전락할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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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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