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참모 및 중간간부 오전부터 퇴진요구, 韓 "개혁안 발표 후 사표제출"
검찰개혁안을 놓고 한상대 검찰총장(53·연수원 13기)과 최재경 대검찰청 중수부장(50·17기)이 격돌 중인 29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며칠 전만해도 검찰 수장과 친위부대장 사이였던 두 사람은 출근 모습부터 달랐다. 이날 오전 일찍 출근한 한 총장은 청사 정문이 아닌 옆문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최 부장은 오전8시40분쯤 정문을 통해 7층 중수부장실로 향했다.
오전 9시쯤 채동욱 차장검사(53·14기)와 최 부장을 제외한 대검 부장검사(검사장) 전원이 청사 8층 검찰총장실에 모였다. 최 부장에 대한 감찰 공표 이후 일선 검찰청 소속 부장검사들이 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집단행동 조짐을 보이자 자제를 부탁한 뒤 나온 행동이었다.
이들 참모들은 이날 한 총장에게 '명예로운 퇴진'을 요구했다.
이어 오전9시40분쯤 대검 소속 기획관 단장, 과장 등 부장검사급 중간간부들도 총장실을 찾아와 같은 건의를 했지만 한 총장은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몇 차례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총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은 대검뿐만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부를 주축으로 한 부장검사 대표단은 이날 정오까지 한 총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대검으로 찾아와 재차 퇴진 요구를 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한 총장은 오후 2시쯤 대변인실을 통해 "오는 30일 오후 2시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뒤 신임을 묻기 위해 사표를 내겠다"고 밝혔다. 거취를 청와대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검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한 총장의 사표제출 의사가 발표된 지 한시간여 만에 이번 '검란'의 촉매가 됐던 최재경 부장과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51·21기)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진흙탕' 싸움을 이어갔다.
감찰본부가 공개한 문자메시지 보고서에 따르면 최재경 부장과 김 검사는 비리의혹이 불거진 지난달 8일부터 9일 이틀 동안 총 20여건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냐"는 김 검사의 질문에 최 부장은 "'사실과 다른 얘기다', '법에 어긋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구체적인 얘기를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김 검사에게 취재진이 몰릴 것이 걱정된다며 휴가를 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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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감찰사실을 발표한 것 자체도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에서 두 사람의 문자메시지 내역 전부를 공개한 것을 두고 한 총장 측이 역습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공개하지 않는 감찰 자료지만 감찰에 착수한 근거를 공개해 '보복성 감찰'을 부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오전 항의방문 때 한 총장의 사의 표명을 전해 들었다"면서도 "실제 사퇴할 것인지, 그 발언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한 총장의 사표제출 방침으로 일단 각 검찰청의 집단행동 사태로 이어지지 않았으나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은 셈이다.
한편 한 총장의 사퇴여부를 결정해야할 청와대는 '검란'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법무부와 검찰 선에서 사태가 진정되길 바라고 있다. 사태가 심각한 상태지만 대선을 20일 앞둔 시점에서 검찰 수뇌부 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권재진 법무부 장관 등 검찰 내부적으로도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본다"며 "내부적으로 수습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