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최근 만나는 검사들의 첫마디는 대부분 이렇다. 지난 11월 한달 동안 검찰내부에서 일어난 각종 비리의혹, 내분사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검찰이 창설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잇단 비리사태에 정치적·편향적 사건처리 논란 등 품고 있던 고름이 일시에 터져 나왔다. 한 검사장은 "이런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는 것을 보면 역사의 흐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어떤 평검사는 "(검사로 살아온 게) 헛된 시간 같다"면서 속상해 한다.
검찰 내부에서 조차 검찰 스스로 개혁안을 내놓는 것에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이 처럼 신뢰를 잃은 조직이 스스로 개혁한다고 한들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마련 중인 검찰 개혁안에 대한 불신도 동시에 나온다.
이 같은 불신은 '정치검찰'을 만든 원인에서 시작한다. 금품수수 등 각종 비리야 차치하더라도 검찰이 정치적으로 사건처리를 했다면 그 책임을 검찰에게만 물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검찰총장 인선방식을 바꾸겠다고 공언한 것과 관련해 서울 지역 검찰청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검찰총장 임명방식을 개선한다고 해서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의 공약대로라면 검찰총장의 검찰 내 영향력은 확실히 줄어들지만 반대로 검사 인사권을 쥔 법무부장관의 권한이 막강해 진다는 것. 검사, 특히 검찰 간부의 인사권은 법무부와 청와대가 쥐고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장관의 권한 강화는 결국 청와대의 입김을 강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다른 부장검사 역시 정치검찰의 오명에 대해 "검사들이 사건처리에 스스로 중립을 못 지킨 탓도 있지만 칼을 휘두르려 한 세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향후 나올 검찰 개혁안은 정치권이 만들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 책임을 '줏대없는 검사'에게만 돌리는 것은 정치권의 무지 혹은 무책임에서 나온 것이다. 과연 차기 정권을 잡겠다는 이들의 검찰 개혁안에 스스로 '칼'을 내려놓을 의지가 있는지, 이를 제도화할 복안이 있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