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최호남 대신증권 IT시스템부 기술주임

'시인'과 '증권맨'. 딱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다. 대신증권 IT시스템부에서 팀장급인 기술주임을 맡고 있는 최호남씨(사진·44)는 시인이라는 또 다른 타이틀을 갖고 있다.
"고교 시절 문학반에서 활동하면서 시를 좋아하게 됐다"는 최 주임은 지난해 4월 국제문학바탕문인협회를 통해 등단했다. 평소 그가 시를 써 온 것을 알고 있던 한 지인의 권유로 습작처럼 노트 한편에 적어둔 시 다섯 편을 응모했는데 당선이 됐다고 한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습관처럼 몇 줄 써 놨던 시가 모두 수상작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등단이 됐다는 소식에 딸 아이가 '우리 아빠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어요?' 하며 제일 많이 놀라더군요."
공식적으로 시인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게 된 최 주임은 내친김에 그동안 써둔 시 수십편을 모아 시집을 냈다. '당신 얼굴' 이라는 제목의 시집을 건네는 그에게 '당신'은 누구냐고 묻자 1초의 망설임 없이 "아내"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내와 학교에서 캠퍼스 커플로 만나 5년이라는 긴 시간 연애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아직도 가슴 속에 있어요. 사랑, 소망, 기다림…. 그런 감정들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시를 썼어요. 지나가 버렸지만 소중한 시간을 함께한 사람이 제 곁에 있다는 것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죠."
최 주임은 사랑하는 아내 때문에 시를 쓰게 됐지만 정작 고마운 것은 그가 근무하고 있는 직장이라고 한마디 더 보탠다. "이른바 IMF 외환위기 여파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고 잠시 공백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때 대신증권에서 근무해 보겠느냐고 연락이 왔어요. 지금까지 시를 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 직장이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시인이면서 증권사에 몸담고 있는 그에게 '재테크'란 어떤 의미일 지 궁금했다. "결코 만족할 수도 없고 가질 수도 없지만 궁극적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충만 된 보금자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재테크"라고 운을 뗀 그는 "너무 많이 걱정하지 말고 현재를 즐기면서 여유 있게 시 한편 읽으며 사는 것이 최고의 재테크 아닐까요"라고 반문했다. 우문현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