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그들만의 리그' 변호사 예비시험 논란

[기자수첩]'그들만의 리그' 변호사 예비시험 논란

김정주 기자
2013.05.02 08:01

 "서민층의 법조계 진입을 보장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사법시험의 병폐를 재연하는 '고시 낭인'이 다시 등장할 것이다."

 최근 법조계 안팎에서 '변호사 예비시험제도'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변호사협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변호사 예비시험제도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변호사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을 주는 것이다.

 예비시험에 합격하면 로스쿨 졸업생과 같은 자격을 주겠다는 의미다. 2018년 사법시험이 폐지되면 서민들의 법조계 진출이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지난달 9일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토론회 개최 후 갈등에 불이 붙었다. 예비시험 도입을 주장하는 변호사협회와 이를 결사반대하는 로스쿨 측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과 나승철 서울지방변호사회장 등 변호사협회 수장들은 예비시험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한다. 법조인 양성과정이 로스쿨제도로 일원화되면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하는 로스쿨 학비를 부담할 수 없는 서민들은 법조계로 진입할 '사다리'가 없어지게 된다는 것. 한 마디로 예비시험 도입을 통해 진입장벽을 열어두자는 얘기다.

 로스쿨생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예비시험은 또 다른 사교육시장을 만들어내고 고시낭인을 양산할 것이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사시의 폐해를 없애려고 도입한 로스쿨제도를 부정하는 꼴이라고 비난한다.

 양측의 공방을 놓고 일각에선 사시 출신 법조인과 로스쿨생의 힘겨루기가 정점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쏟아져나오는 상황에서 기존 변호사와 응시생 사이에 밥그릇 싸움이 시작됐다"고 꼬집었다.

 법조인 양성의 본질은 국민들에게 질 좋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법률서비스의 소비자인 국민이 배제된 논쟁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법조계와 국민 사이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예비시험 제도를 둘러싼 논쟁엔 국민이 빠져있다. 오는 8일까지 이어지는 '법의 날 주간'에 법조인 양성제도를 둘러싼 분란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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