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사이트] 전직원 기본급 5% 삭감하며 위기극복한 EMC 회장… 박근혜정부는?

2009년 4월23일 아침, 글로벌 IT(정보기술)기업 EMC의 전세계 모든 직원들은 조 투치 회장이 보낸 장문의 이메일 한통을 받았다. 전세계에 직원 4만여명을 거느리며 연매출 20조원을 올리는 스토리지(저장장치) 전문기업 EMC는 당시 경기악화로 사상초유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이메일 내용이 그다지 반가운 것이 아님을 예감하고 있었다.
2페이지 분량의 이메일은 이렇게 시작했다. "저는 오늘 여러분 모두에게 최대한 솔직하게 지금 우리 회사의 상황이 어떤지 알리려고 합니다" 투치 회장은 이메일의 전반부 대부분을 직원들의 헌신에 감사한다는 내용에 할애했다. 이어 투치 회장은 "일시적으로 전세계 직원들의 기본급을 5% 삭감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비보를 전했다.
그리고 투치 회장은 덧붙였다. "우리는 모두 한배를 타고 있습니다. 기본급 삭감은 저 자신과 경영진에게도 적용될 것입니다. 이는 이미 약속했던 20%의 연봉 삭감에 덧붙여 추가로 반영될 것입니다. 여러분과 저희들의 연봉 삭감으로 우리는 2000명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투치 회장은 끝으로 강조했다. "저와 경영진은 앞으로 여러분의 생각에 계속 귀를 기울이고 여러분과 완전하고 빈번한 소통을 하겠다는 약속을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투치 회장은 이날 같은 내용으로 직원들 앞에서 연설을 했다. 놀랍게도 연봉 삭감을 당한 직원들은 투치 회장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투치 회장이 직원들에게 쓰라린 연봉 삭감을 요구하고도 박수를 받은 것은 비단 진심 어리고 솔직한 한통의 이메일 때문 만은 아니었다.
그로부터 2년 전 EMC는 사내 소통을 적극 장려하기 위해 자체 소셜미디어 'EMC/One'을 만들어 전세계 직원들에게 개방했다. 이를 통해 EMC는 직원들로부터 휴가 정책이나 비용절감 방안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공유했다. 직원들의 참여는 당초 예상보다 활발했다. 어떤 직원은 2년간 무려 430개의 아이디어를 올렸고, 좋은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최대 400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EMC는 기본급 삭감 방안을 발표하기 전에도 'EMC/One'을 통해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비용절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소통은 큰 효과를 거뒀다. 직원들은 자신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를 희생해야 할지에 대해 경영진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토론했다. 기본급 5% 삭감은 이를 통해 나온 결과였다.
이후 EMC는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기본급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전세계 직원 수는 4만5000명에서 4만9000명으로 늘었다. 민주적이고 자발적인 의사결정 방식이 거둔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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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 나라가 '증세' 문제를 놓고 한바탕을 홍역을 치렀다. 기획재정부는 8일 연소득 3450만원 이상 근로자의 세부담을 늘리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사실상의 증세를 골자로 한 것이지만, 이런 내용을 내놓기 전에 공청회 같은 의견수렴 절차 한번 없었다.
이는 즉각 전국민적 반발에 부딪혔다. "근로자가 봉이냐", "중산층 죽이기" 등 성난 민심이 인터넷을 뒤덮었다. "월급쟁이보다 고소득 자영업자 세금이나 제대로 걷어라"는 여론이 비등했다.
정부는 "(세금공제가 줄었을 뿐) 증세는 아니다"며 맞섰지만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정부는 백기를 들고 닷새만에 수정안을 내놨다. 세부담을 늘리는 계층을 연소득 5500만원 이상으로 좁혔다.
그러나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박근혜정부는 여전히 총 135조원 규모의 복지공약을 증세없이 이행하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가능하다"고 잘라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 시절 경제 자문을 맡았던 '5인 공부 모임'의 멤버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조차 국가미래연구원 홈페이지에 게재한 강연에서 "복지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며 "증세 없는 복지는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못박았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사다리 걷어차기' 등의 저자인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도 13일 서울대 특강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산수로 따져봐도 안 된다"며 "우리나라 상황에서 증세는 불가피하고, 국민들의 공감대를 이뤄낸 다음에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했다.
복지는 시대적 요구다. 지난 대선 때 나부꼈던 슬로건들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이다. 나라 빚을 늘리든 세금을 늘리든 선택해야 한다. 부담을 져야 할 세대의 차이가 있을 뿐 어느 쪽이든 희생은 불가피하다.
EMC의 투치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모든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상황과 해법을 공유했다. 앞장서 희생했고, 진심으로 구성원들의 이해를 구했다. '증세'라는 숙제를 안은 박근혜정부에 이런 사례를 기대한다면 과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