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채동욱 사찰설 제기, 당사자들 부인…檢내부 청와대 개입 의심 안거둔채 동요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와 관련한 검찰 내부 동요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지난 13일 채 총장의 사퇴 직후 제기된 사퇴압박설, 배후설에 대한 적극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야당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의 관여 의혹이 새로 제기되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아울러 청와대의 사표수리 보류로 법무부는 공무원 신분인 채 총장에 대한 감찰을 계속할 방침이어서 검찰의 내홍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일선에서 일하는 평검사들 역시 급변하는 사태에 대해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청와대-서울지검, 총장 사찰 파문…법무부는 진상파악 착수=사건의 발단은 여의도에서였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6일 오전 야당 단독으로 진행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퇴임 전 채 총장에 대한 사찰파일을 이중희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넘겼다"며 "이 비서관은 김광수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과 함께 이를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검찰청은 이 비서관과 김 부장이 수차례 통화를 한 정황을 포착했고 채 총장은 지난 5일 진상파악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 비서관과 김 부장이 국가정보원 2차장과 함께 8월 한 달 동안 채 총장에 대한 사찰을 했고 혼외자 의혹 보도도 이 비서관이 사전에 언급했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김광수 부장은 "황당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의혹 사건 수사에 여념이 없는 상황에서 허무맹랑한 주장이 나와 당혹스럽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곽 전수석도 "채 총장을 사찰한 사실이 없다"며 "사실무근이고 소설같은 얘기"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휴가 상태로 출근하지 않은 채 총장은 자신이 이날 오후 김 부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예전이나 지금이나 감찰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검찰에 "둥지를 깨끗이 하고 이미 떠난 새는 말이 없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사의를 표한 마당에 감찰을 지시할 이유도 권한도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법무부는 전날 청와대가 채 총장의 사표수리를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과 관련, 채 총장을 둘러싼 의혹의 진상파악에 본격 착수했다. 또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채 총장을 만나 진상규명을 권유했을 뿐 사퇴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재차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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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부는 동요…"의중을 모르겠다"=채 총장의 거취와 관련해 본인과 청와대, 법무부 등의 입장이 엇갈리자 일선 검사들은 동요를 감추지 못한 채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북부지검, 수원지검, 부산지검 소속 평검사 들은 당초 15~16일 중 평검사 회의를 열어 중지를 모을 예정이었으나 청와대가 채 총장의 사표를 보류하자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채 총장의 사의표명과 청와대의 사표수리, 퇴임식을 전제로 한 상황에서 평검사 회의 논의를 시작했으나 예상외로 사태가 새 국면을 맞으며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 평검사 회의도 이날 중으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선 검사들의 설명이다.
서울 지역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일단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며 "각계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정확한 논점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과 청와대의 행보가) 무슨 의중인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평검사 회의를 너무 쉽게 소집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논란에 휘말릴 때마다 쉽게 평검사 회의를 할 경우 검사들의 의중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는 논리다.
다만 청와대와 법무부의 사태 진화에도 채 총장의 사퇴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의 눈초리는 여전히 검찰 내부에서도 논란거리로 남아 내부동요를 촉발하고 있다.
한 평검사는 "이중희 민정비서관이 혼외자 보도를 미리 언급했다는 것은 최근부터 떠돌던 얘기"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수사에 참여한 한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그간의 의혹을 정리하며 "민정비서관이 보도사실을 일선 검사들에게 알렸다"고 언급했다.
지방에 근무 중인 중간간부급 검사는 청와대가 채 총장의 사표수리를 보류한 것에 대해 "끝까지 붙잡아 놓고 감찰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