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이 뭐길래… 대선때 '세대갈등' 재현되나

기초연금이 뭐길래… 대선때 '세대갈등' 재현되나

정영일 이창명 박상빈 기자
2013.09.26 15:17

박근혜 정부 핵심공약이었던 기초노령연금 도입안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 액수가 줄어드는 방식으로 확정되면서 '세대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대선 때 극명한 간격을 드러냈던 '세대갈등'이 노령연금으로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2040세대(20대~40대)'는 이번 도입안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자발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한 주부 등도 연금수령의 효율성이 낮아져 탈퇴를 고려하는 등 연금수급체제가 흔들릴 조짐도 보인다. 반면 노인들은 정부의 수정안을 대체로 찬성하고 있어 세대간 '청로(靑老)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젊은 세대 "국민연금 탈퇴하고 개인연금 들고 말지"

한 대기업 대리급 직원인 박모씨(31)는 "솔직하게 얘기하면 퇴직해서라도 국민연금에 탈퇴해서 민간 연금이나 보험에 가입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직장인들은 자영업자처럼 연금탈퇴도 불가능해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과장급 직원인 김모씨(37)는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부모님이 많은 혜택을 보는 것도 아니다"며 "이런 경우 다른 사람보다 더 억울하고 불이익을 받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올해 초 입사해 처음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한 윤모씨(28)도 "가입기간이 길수록 혜택이 줄어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그때가 되면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정부의 정책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연금운영 계획 등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7년째 국민연금을 내고 있는 직장인 정모씨(33)는 "단순히 이렇게 끝낼 문제가 아니고 연금수익을 어떻게 낼 것인지 정부가 답변을 줘야 한다"며 "젊은 직장인이 국민연금을 지탱하고 있는 만큼 미래 연금운영 계획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대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서울권 소재 대학 4학년생 박모씨(23)는 "국민연금에 돈을 내는 기간이 길 수록 더 적게 받는다는 기초연금 도입안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노인이 될 장년층이 우선 희생하게 될텐데 이것은 어쩌면 다음의 세대인 우리 젊은층의 희생도 뜻하는 것"이라며 "미래 노인이 될 사람들의 희생으로 구조를 복지를 하려는 '이자 돌려 막기'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민연금 탈퇴 주장에 대해서는 "돈을 나중에 덜 받게 되는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낼 이유가 없으니 탈퇴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취업준비생 박모씨(24·여)eh "국민연금 등 국가 연금제도가 은퇴 이후의 삶을 보장해준다는 취지에서 공감이 가지만 정부에 따라 바뀌거나 이상한 구조로 진행된다면 민간연금이나 다른 재테크 방법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탈퇴가 유리"

국민연금 임의가입자들의 탈퇴러시도 감지되고 있다. A씨는 직장생활을 3년간 하고 그만둔 전업주부다. 그는 결혼과 함께 회사를 그만두며 국민연금에 임의가입했다. 17년만 더 한달에 5만원씩 넣으면 65세가 된 후에는 매달 27만원을 받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그는 최근 국민연금 탈퇴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연금 20년 납입시 기초노령연금(기초연금)이 10만원으로 줄어드는 수정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차라리 5만원을 일반 금융상품에 넣고 노령연금 20만원을 모두 받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정부가 국민연금과 연동된 기초연금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꿈틀'하고 있다. 국민연금에 오래가입하면 기초연금 수급액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또 다시 국민연금 탈퇴 '러시'가 우려된다.

기초연금 수정안이 나오면서 이미 국민연금 가입자들 가운데 일부는 탈퇴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현황에 따르면 임의가입자수는 2010년 1월 3만8113명에서 올해 1월 20만8754명으로 5.5배 늘었다.

그러나 지난 2월 국민연금과 결합한 기초연금 방안이 거론되기 시작한 후부터 지난 7월까지 2만210명이 국민연금에서 탈퇴했다. 강 의원은 "국민연금을 탈퇴하고 기초연금만을 수령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25일 정부가 공개한 기초연금 수정안에 따르면 제도가 시행되는 2014년 소득하위 70% 노인 중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가입기간이 11년 이하이면 20만원 전액을 받는다.

하지만 가입기간이 더 길면 12년부터 1년마다 1만원씩 깎여 20년 이상은 10만원만 받는다.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나 임의가입자는 보험료 납부를 중단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노인들은 정부 수정안을 이해한다는 분위기다. 서울 종묘공원에서 만난 임모씨(78)는 공약 수정에 대해 "공약인데 지켜졌으면 좋았겠지만 아쉽다"며 "이런 것으로 정치권이 싸울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모씨(66)는 "노인들은 준다고 하면 우선 좋아하지만 기초노령연금이 나라빚, 손자빚이 되는 것은 싫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들도 세대따라 '찬반' 엇갈려

시민단체들도 세대차이에 따라 찬반 의사가 엇갈렸다. 노년유니온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등 4개 복지시민단체들은 26일 "기초연금 공약 수정안을 철회하고 당초 국민에게 약속한대로 모든 노인과 장애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인의 70%에게만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금액도 차등 지급한다는 것은 기초연금을 선별주의 공공부조로 되돌리려는 시도"라며 "지난 대선에서 모든 국민이 함께한 요청은 바로 기초연금을 보편연금으로 완성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신뢰도를 위해 기초연금 수정안이 철회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명우 국민연금노조 정책위원은 "기초노령연금이 국민연금과 연동되는 바람에 국민연금의 신뢰성도 상당히 저하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국민연금의 신뢰도를 위해서라도 기초연금 수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단체들은 정부 수정안 찬성에 나섰다.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이하 어버이연합)은 26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노인들은 박근혜 정부의 한국형 복지정책을 적극 지지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어버이연합은 성명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수정에 대한 사과를 받아들이며 정부의 이번 기초연금 축소안에 대해 환영과 격려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연합은 "어려운 재정상황에 기초연금의 지속 가능성과 자손들의 세금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단으로 이해해 강력한 지지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단체는 △박근혜 정부의 한국형 복지정책 적극 지지 △정부의 기초연금 지지 △민주당의 공약파기 등 비판 중단 등을 주장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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