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전체 예산 16%로는 건강 등 하위직 복지 '언감생심'

안동경찰서 남후치안센터에서 혼자 근무하던 안건식(58) 경위는 지난해 10월 순직했다.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1주일만에 숨을 거뒀다.
지난해 7월에는 안동 풍산파출소에서 근무하던 장명동(56) 경위가 순직했다. 술 취한 시민을 귀가시키기 위해 설득하다 피곤을 느껴 잠시 의자에 앉은 것이 마지막이었다.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지만 급성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었다.
최근 경찰청이 국정감사를 위해 민주당 진선미 의원(안전행정위원회)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순직한 경찰관은 46명이다. 이 가운데 65.2%에 달하는 30명이 과로로 순직했다. 순직경찰관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2010년 11명에서 2011년 13명, 2012년 15명, 올해는 지난 8월까지 7명으로 늘고 있다. 공무중 상해도 연평균 1500명에 달한다.
대한민국 경찰관은 '명'이 짧은 공무원이다. 2008년 공무원관리공단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당시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에 따르면 경찰관 평균 수명은 62.3세다. 소방관(58.8세)에 이어 '명 짧은 직업군' 2위를 기록했다.
범죄와 씨름하는 직업인만큼 스트레스가 심한 것은 당연지사. '별의 별'사람들에 시달리다 보면 제 명에 산다는 게 가당찮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경찰관의 '명'이 짧은 이유를 직업상 스트레스에서만 찾기에는 너무 무책임한 일인 듯 싶다. '민중의 지팡이'에게 보여주는 '사회의 배려'가 부실한 탓도 크다.
경찰청이 2013년에 국가로부터 받은 예산은 8조2784억원. 전체 나랏살림에 쓰이는 342조원의 2.4% 수준이다. 내년 경찰청 예산은 올해보다는 5562억원 오른 8조8346억원으로 책정됐다.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국가예산 357조7000억원의 2.5%에 불과하다.
경찰예산의 80% 이상은 급여 등 인건비다. 서울지방경찰청의 경우 올해 경찰청을 통해 배정받은 1조8034억원 가운데 인건비가 82%를 차지한다. 나머지 18%인 3246억원으로 1000만 서울시민의 치안을 책임지면서 1년간 서울경찰의 살림을 살아야 되는 셈이다. 전국 지방경찰청도 비슷한 비율의 예산으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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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예산을 100원으로 치면 18원 남짓한 재원으로 경찰관들의 건강을 챙긴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한 하위직 경찰관은 "고위급 경찰관 대부분은 고시 특채와 경찰대 출신으로, 일선 밑바닥 생활을 잘 알지 못한다"며 "일선 어려움은 나 몰라라하면서 '윗 분'의 국정운영 철학을 따라가기 바쁜 데 일선 경찰관들 건강이 눈에나 들어오겠나"고 토로했다.
경찰청·서울지방경찰청 국정감사(10월15일·17일)에서 국회의원들의 초점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집중됐다. 하루 종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경찰청장을 비롯한 고위직 경찰관에게 하위직의 고충을 배려하라는 의원들의 질타는 없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추궁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숱한 경찰의 현안은 제쳐두고 경찰 국정감사에서 '국정원'만 외치는 의원들의 모습은 보기에 좋지 많은 않았다. 의원들은 '레퍼토리는 1절'만 하고, 하위직 경찰관들을 위한 예산 증액 약속이라든지 배려를 위해 기관장과 '썰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