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서울기관차승무사업소

31일 오전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 위치한 서울기관차승무사업소는 오랜만에 북적였다. 전날 정치권의 중재로 22일간의 최장기 파업을 마치고 돌아온 철도노조원들이었다. 현장에는 파업 이후를 준비하는 차분함이 묻어났다.
오전 10시30분. 사업소에는 이따금 울리는 기관차 엔진소리가 돌아온 이들을 맞이했다. "꼼수는 안 통한다" "KTX민영화 완전 철회하라"는 사업소 입구의 플래카드는 갈등이 여전함을 알리고 있었다.
서울기관차승무지부 건물 앞에서 철도노조원 90여명은 노조의 깃발을 앞세우고 사업장 안으로 입장했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동료 서너명이 나와 파업 복귀 노조원을 두 팔 벌려 맞이했다. "건강은 괜찮냐" "힘들었지"라는 대화들이 오갔다.
이어 오후 일정과 앞으로의 계획이 소개됐다. 허병권 서울기관차승무지부 지부장은 노조원들에게 "복귀자는 현재 직위해제 상태"라며 "복귀 서류를 우선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사 후에는 복귀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 됐다. 허 지부장은 "프로그램이 만약 파업의 정당성을 훼손하거나 문제시 한다면 부당 노동으로 거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귀는 근무 지침에 따라 신정을 쉰 후 1월 2일 출근부터다.
노조원들의 표정은 대체로 덤덤했다. 파업가를 부르고 철도에서 내려가 단체 사진을 찍으며 한결 풀어졌다. 사진 찍는 구호는 '투쟁'이었다. 촬영 후에는 각자 흩어져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했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의 연속이었다.

노조원들은 지난했던 장기간의 파업에서 회복 중이었지만 한편에서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여야가 합의한 철도발전소위원회 구성 등이 성과였지만 민영화 논란은 여전하다는 시선이 있었다.
허병권 지부장은 파업과 관련 "여야 소위를 통한 논의는 일부 성과가 있다고 보지만 정부와 여당 측에서 민영화 계획을 끝내 포기한 것 같지 않다"며 "물류자회사 법인, 코레일 자회사 분리 등의 계획이 그러하다"고 말했다.
허 지부장은 "파업을 통해 민영화 저지라는 국민적 관심을 이끌고, 지지를 얻은 것이 큰 성과로 보인다"며 "지난 23일간 버텨올 수 있던 것은 노조원 한분 한분이 민영화를 막겠다는 결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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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에 참여한 부기관사 최모씨(39)는 "일단 파업에 복귀한 점은 홀가분하지만 회사의 징계가 걱정된다"며 "장기간 파업으로 인한 공백도 우려된다"고 복귀 심정을 전했다.
최씨는 전날 파업 철회 소식은 뉴스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를 통해 알게 된 철회 이야기에 노조원들이 술렁였지만 장기간 파업에 지쳐있던 노조원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 결정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파업은 철회됐지만 수서발KTX 면허 발급과 이어질 자회사 분할 등이 걱정된다"며 "사측과의 해결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집회 참석과 투쟁복을 입는 등으로 현장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