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검사들 머리에 익선관이라도 씌워야 하나

[기자수첩]검사들 머리에 익선관이라도 씌워야 하나

이태성 기자
2014.01.24 06:20

조선의 왕은 정사를 볼 때 익선관(翼蟬冠)이라는 모자를 썼다. 이 모자에는 매미처럼 오랜 세월을 공부하고 덕을 쌓아 왕위에 올라 백성을 위해 선공후사(先公後私, 사사로운 일이나 이익보다 공익을 앞세움)의 봉사 정신으로 정사를 베풀라는 뜻이 담겨 있다.

선공후사의 봉사정신은 왕 뿐만 아니라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덕목이다. 공직자의 권력이 사사로이 쓰이는 경우 일반인이 입는 피해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은 한국 최고의 권력집단이다. 이 같은 권력을 가진 검찰에 국민들이 선공후사라는 덕목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일부 검사들은 검사가 되기 위해 매미처럼 오랜 세월을 공부했지만 덕을 쌓는데는 실패했는지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최근 한 검사가 연예인 에이미의 부탁을 받고 성형외과 원장을 협박한 사건이 드러났다. 이 검사는 자신의 연인이던 에이미를 위해 검찰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공후사는 커녕 빙공영사(憑公營私, 공공의 일을 이용해 개인의 이익을 꾀함)의 전형을, 이 검사가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공공의 일을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에이미 검사'가 매년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성추문은 물론이고 검사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뇌물을 받아 챙긴 사건도 적지 않았다.

검찰에서 근무하는 수사관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이런 사건은 '특이한'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에이미라는 연예인이 없었다면 이번 사건은 크게 보도될만한 사건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법조인들도 있을까.

이런 '흔한'(?) 사건 덕분에 매년 검찰의 신뢰도는 바닥이다. 검찰은 미꾸라지 한마리가 물을 흐린다고 억울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그마저 없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검찰청법 4조는 검사의 직무에 대해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사라면 이 조항을 머리에 새겨야 한다. 국민들이 검사들 머리에 익선관을 하나씩 씌워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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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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