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부를 알리지 말라" 老기업가 400억 땅 내놓아

"내 기부를 알리지 말라" 老기업가 400억 땅 내놓아

최우영 기자
2014.03.10 06:31

[피플] 문태식 아주그룹 명예회장 서울 중랑구에 기부…매년 300명에 장학금

중랑구청 1층 주민쉼터에 세워진 문태식 아주그룹 명예회장 흉상. 문 명예회장은 지난해 400억 상당 토지를 중랑구에 기부해 장학기금 조성과 공원건립 자금을 마련하게 됐다. /사진=중랑구청
중랑구청 1층 주민쉼터에 세워진 문태식 아주그룹 명예회장 흉상. 문 명예회장은 지난해 400억 상당 토지를 중랑구에 기부해 장학기금 조성과 공원건립 자금을 마련하게 됐다. /사진=중랑구청

"아버님이 오늘 행사를 아셨다면 준비하는 분들 마음만 받고 사양하라고 하셨을 겁니다."

문규영 아주산업 회장(63)은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랑구청에서 열린 부친 문태식 아주그룹 명예회장(86·사진)의 흉상제막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명예회장은 지난해 5월 시가 400억원 상당의 서울 중랑구 토지 14필지 26만3799㎡(임야 1필지 2만1494㎡, 도로 13필지 2305㎡)를 중랑구의 발전과 청소년장학사업에 써달라며 기부했다. 구체적인 운용방법 등 조건 없이 모든 처분을 중랑구청에 일임했다.

문 명예회장은 1928년 중랑구(옛 경기 고양군)에서 태어났다. 1960년 9월 콘크리트 전신주를 만드는 '아주산업'을 설립한 곳도 중랑구 상봉동이다. 아주산업은 70년대 건설용 고강도 흄파이프를 공급하며 건자재 전문기업으로 올라선 뒤 80년대 레미콘업계에 뛰어들면서 업계 '빅3'가 됐다. 현재 21개 계열사, 매출총액 1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문 명예회장은 평소 "주권을 찾은 우리나라를 경제적으로 일으켜 세우려면 기업을 해야 한다"며 "60년대 나무가 귀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목재 전신주를 대체하기 위해 콘크리트 전신주를 개발해 공급했다"고 주변에 얘기해 왔다.

그는 지난해 중랑구청에 부동산 기부 의사를 밝히면서도 외부에 알리기를 거부했다. 비밀 기부는 그러나 지난해 중랑구청이 문 명예회장에게 감사와 예우를 표하기 위해 외부에 알리며 공개됐다. 미국 포브스는 문 명예회장을 '아시아·태평양지역 기부영웅 48인'으로 선정했다.

그의 장남 문규영 회장은 "무엇이든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보국정신을 지닌 아버지께서는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방 3개짜리 집으로 이사한 뒤 집도 옮기지 않고 기업을 일구셨다"며 "어릴 때는 자신에게 엄격한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의 숭고한 뜻을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문 명예회장의 차남 문재영 신아주 회장(왼쪽 두번째), 차녀 문혜영씨(왼쪽 세번째), 부인 백용기 여사(오른쪽 여섯번째), 문규영 아주산업 회장(오른쪽 다섯번째), 문덕영 AJ네트웍스 지주부문 사장(오른쪽 네번째) 등이 문태식 아주그룹 명예회장 흉상 제막식에 참여했다. /사진=중랑구청
문 명예회장의 차남 문재영 신아주 회장(왼쪽 두번째), 차녀 문혜영씨(왼쪽 세번째), 부인 백용기 여사(오른쪽 여섯번째), 문규영 아주산업 회장(오른쪽 다섯번째), 문덕영 AJ네트웍스 지주부문 사장(오른쪽 네번째) 등이 문태식 아주그룹 명예회장 흉상 제막식에 참여했다. /사진=중랑구청

이날 행사에는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문 명예회장 대신 부인 백용기 여사와 장남 문규영 아주산업 회장, 차남 문재영 신아주 회장, 삼남 문덕영 AJ네트웍스지주부문 사장 등 가족이 모두 참석했다. 아주그룹은 잡음 없이 계열사를 분리하고 매주 일요일 가족식사를 하는 등 화목한 분위기로 알려져 있다.

제막식이 끝난 뒤 문 명예회장의 한 손자며느리는 자신의 남편에게 "당신도 할아버지처럼 열심히 기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흉상제막식은 기업인의 살아있는 사회공헌 교육장이었다.

문병권 중랑구청장. /사진=중랑구청
문병권 중랑구청장. /사진=중랑구청

행사 후 기자와 만난 문병권 중랑구청장(64)은 문태식 명예회장에 대해 "아주그룹이 태어난 중랑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분"이라고 전했다.

문 명예회장이 기부한 토지 중 포천-구리고속도로에 포함된 지역은 올해 안에 보상금 90억원으로 바뀐다. 중랑구는 이 보상금을 문 명예회장의 아호 '청남'을 딴 청남장학기금을 조성해 매년 300명의 고등학생에게 4억5000만원가량의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중랑구는 이로써 모두 135억원의 장학기금을 조성해 장학기금 기준 서울 25개구 중 '1위'가 됐다.

문 구청장은 "고속도로에 포함되지 않은 토지는 청남공원으로 조성해 지역주민들의 편의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공원 안에도 문태식 명예회장님의 이야기를 담아 지역주민들에게 기부 사실을 알리고 감사의 뜻을 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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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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