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에 울고, 정부에 또 우는 부모들

사고에 울고, 정부에 또 우는 부모들

김희정 진도=박상빈 최동수 황재하 김유진 기자
2014.04.19 05:45

[세월호 침몰] 부실한 재해관리 '민낯'드러낸 정부

1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취재진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뉴스1
1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취재진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날 아침, 엄마가 아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아직도 수신 확인이 되지 않는다. 이튿날 밤, 딸을 찾겠다고 울부짖던 아빠는 결국 거센 파도에 뛰어들었다.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가라앉은 지 사흘째, 우리 아이들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으며 돌아오길 간절히 바랐건만 기다리는 소식은 없었다.

정부는 18일 오전에야 비로소 세월호 선체에 공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사고 50시간만이다. 공기공급기가 현장에 도착하는 데에만 만 하루가 꼬박 걸렸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한때 고장이 나 구조작업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300명 가까운 목숨이 걸린'시간과의 싸움'앞에서 속도를 높여도 시원치 않을 정부 대응은 느리기만 했다. 재난관리 지휘체계 혼선에 따른 무거운 의사결정, 관련 부처 간 불통에 따른 정보 부재 등이 낳은 결과다. 사고를 둘러싸고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한 것 역시 불신만 쌓아가고 있는 정부 대응과 무관하지 않다.

그토록'국민 안전'을 외치던 정부는 과거의 그 숱한 재난사 속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

◇ 근거 없는 '낙관적 상황' 판단

세월호 침몰과 관련돼 문패를 내건 정부의 대책본부만 해경구조본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조직(중대본), 범부처사고대책본부 등 4곳에 이른다.

이처럼 지휘체계가 다원화돼 있을수록 정확한 정보 공유를 통한 상황 판단이 필수이지만 사고 초기부터 이를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사고 당일 오전 10시 중대본은 "1명의 피해도 없도록 객실, 엔진실 등 철저히 수색해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내용을 발표했다. 마치 배 안에 들어가 수색과 구조가 가능할 것처럼 밝힌 것.

하지만 이미 그 시간 사고 현장에선 긴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었다. 오전 9시30분쯤 헬기와 함정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엔 이미 세월호가 50~60도 기울어져 승객들의 탈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중대본은 당시 현장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거나 전달받으려는 적극적인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 '오보 브리핑'의 연속

사고 당일 '본부들'은 수색의 기초 데이터인 탑승자 집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고 초기 477명으로 알려졌던 탑승자 숫자가 불과 14시간 새 세 차례나 다시 집계되며 실종자 가족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구조자 숫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대본은 이날 4차 브리핑에서 구조자 숫자를 368명이라고 밝혔고, 대형참사는 면했다는 안도감이 확산됐다. 그러나 불과 1시간만에 구조된 인원이 164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정정 발표를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고 현장으로 향하던 학부형들이 탄 버스는 물론 단원고 현장은 일시에 아수라장이 됐다.

18일 오전에는 중대본과 해경측 발표 내용이 서로 달라 혼선을 빚기도 했다. 잠수대의 선체 진입 여부에 대한 양측의 발표가 달랐던 것. 또 이날 중대본 관계자는 탑승자 전체 명단을 해경 쪽에서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해경 측은 이미 전날 저녁 가족들에게 이를 공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이은 브리핑 실책이 이어지자 중대본은 이날 오후 부랴부랴 공식 브리핑 창구를 서부해양경찰청으로 단일화했다.

◇ "매뉴얼 있지만 실천하지 않는다"

정부의 '헛발질'만 거듭되고 귀중한 시간만 흘러가면서 침몰선 안에 자녀들을 둔 가족들은 입안이 바짝 말라갔다. 이들은 "이처럼 구조작업이 느린 것은 체계적인 지휘체계가 없기 때문"이라고 성토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17일에는 정부에 민간 잠수부의 현장 투입을 직접 요청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가 해야할 일을 가족들이 하기 시작한 것. 정부에 대한 이들의 불신은 극에 달한 상태다. 조카와 손녀가 배 안에 있다는 한 할아버지는 "아무도 얘기해주지 않아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선착장에서 그냥 다들 멍하니 먼 바다만 바라보고 있다. 다 속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대응이 가족들과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재난관리 매뉴얼이 있어도 이를 아는 사람도 없고, 안다고 해도 지키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조원철 연세대 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 교수는 "중앙안전대책본부에는 재난전문가가 없고, 전부 행정가들뿐"이라며 "재난관리라는 것은 자연재해든, 시설재해든, 사회적재해든 기본속성을 알아야 대응을 할 텐데 지금 시스템은 그렇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목포해양경찰서에서 현장을 장악하고 나머지는 이를 도와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그렇게 하면 중앙부처가 할 일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재은 국가위기관리학회 회장(충북대 행정학과 교수)은 "위기 관리 전문 인력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양성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며 "이번 침몰 사고처럼 인적 재난과 사회적 재난이 얽힌 융복합 재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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