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검신청 받겠다" 해놓고… 가능한 병원'0곳'

[단독] "부검신청 받겠다" 해놓고… 가능한 병원'0곳'

목포(전남)=황재하 기자
2014.04.25 04:18

[세월호 참사]"현장 상황 모르는 전시행정" 지적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지난 22일 팽목항 일대에 붙인 안내문. /사진=박상빈 기자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지난 22일 팽목항 일대에 붙인 안내문. /사진=박상빈 기자

정부가 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세월호' 희생자들의 시신 부검 신청을 받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시신이 가장 많이 안치돼 있는 안산고대병원 관계자는 24일 "우리 병원 의과대는 해부학교실이 없어 부검을 해본 적이 없다"며 "이번 사고와 관련해 부검 통지를 받은 일도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사건 관련 부검을 아무 병원에서나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희생자들이 안치돼 있는 인천 국제성모병원 관계자도 "우리 병원에는 부검을 위한 장비나 시설이 없고 한 번도 부검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남 목포 지역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이 가장 많이 향한 목포한국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가 유족들이 원할 경우 희생자가 이송된 병원에서 곧바로 부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실제 머니투데이가 광주, 전남, 전북을 관할하는 광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전화해 확인한 결과, 부검을 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춘 관할지역 내 병원은 전남 순천 성가롤로 병원, 광주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3곳뿐이다. 이들 병원엔 세월호 희생자들의 시신이 안치돼 있지 않다. 목포, 진도 지역에 시신 부검이 가능한 병원은 현재로선 없다.

앞서 대책본부는 가족의 사망 원인을 밝혀 달라는 유족들의 요구에 팽목항에 시신 부검 안내문을 배포했다. 본부는 안내문을 통해 "사망 원인을 밝힐 필요가 있어 부검을 원하는 가족은 관할 담당검사에게 신청할 수 있다"며 "부검을 요청하게 되면 이송한 병원에서 실시한다"고 알렸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제반 여건을 미리 확인하지 않은 채 유족들의 눈치만 보다 비현실적인 제안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유족들이 부검을 신청할 경우 안내와 달리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시신부검이 가능한 병원으로 이동시켜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대책본부는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해양경찰청 가족지원상황실 관계자는 "부검 신청이 들어오면 국과수나 시설을 갖춘 곳으로 이동해 부검을 진행하면 될 것 아니냐"며 "큰 병원은 대개 부검 시설을 갖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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