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 32일째인 지난 17일 오후 6시. 서울 청계광장이 3만여개의 촛불로 물들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도심 집회가 열린 이날 시민들은 희생자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분노했다.
청계광장에 희생자 여학생의 음성이 담긴 '거위의 꿈'이 울려 퍼지며 시민들은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고, 세월호가 침몰하는 영상을 보며 탄식이 쏟아냈다. 엄마 손을 꼭 붙잡고 온 어린 아이들도 고사리 손을 모으고 언니 오빠들을 위해 기도했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벌어지면 안 된다는 한 뜻으로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다. 쌍둥이 자녀와 함께 청계광장을 찾은 정모씨(41·여)는 "희생된 학생들이 내 자식 같다는 생각에 촛불집회에 나섰다"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된다"고 말했다.
시민 박모씨(43·강남구 도곡동)는 촛불집회에 처음 나왔다고 했다. 그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큰 편은 아니었고 집회에 참여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성세대가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종자가 18명(18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줄어들며 점점 적막감에 휩싸여가는 진도 실내 체육관과 팽목항. 찾아오는 사람들보다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며 실종자 가족들은 잊혀질 수 있다는 불안감과 초조함에 더욱 지쳐가고 있다.
이날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세월호 사고를 잊지 않고 가족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실내 체육관은, 팽목항을 지키는 가족들은 줄어들고 있어도 그들과 아픔을 같이하는 가족들이 전국 곳곳에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촛불집회 이후 일부 시위대가 '청와대로 가겠다'며 행진에 나서 경찰에 연행되는 불상사도 발생했지만 그것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비극이 다시 발생하는 것을 함께 힘을 모아 막자는 의지를 꺾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이 외치는 구호처럼 책임자가 확실히 처벌 받고, 사고 원인이 정확히 규명돼야 한다. 앞으로 제2의 세월호 참사가 없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전국에서 촛불을 들고 모이는 국민들이 실종자·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