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자 4·16"-'안전이 복지다'<1부>"안전은 투자다"]<2-2>[르포]생활속 침투한 노후전선 등 전기 '안전불감증'

#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동. 식당가에서 점심을 먹고 우르르 몰려나오는 직장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 머리 위쪽엔 오래된 전선줄이 어지럽게 엉켜져 있었고, 곳곳에선 축 쳐져 있는 전선들이 눈에 띄었다. 전신주와 전신주를 잇는 전선과 통신 케이블들이 위험천만하게 널부러진 것이다. 전신주엔 3단으로 전선이 걸쳐있는데 맨 위 전선엔 2만2900볼트의 전기가 흐른다. 바로 아래엔 220볼트의 저압선, 맨 아래는 인터넷선 등 통신 케이블이다. 행인들은 이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지만, 상인들은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최금찬(가명)씨는 "축 늘어진 전선줄이 부동산 가계 입구 철문에 닿아서 스파크가 튄 적이 있다"며 "명색이 무교동이 관광특구인데 이런 식으로 위험하게 전선이 지저분하게 달려 있어 창피하다"고 말했다.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차정선(가명)씨도 "평소에 잘 모르다가 가끔씩 신경 써서 볼 때면 전선이 거의 사람 높이까지 늘어지는 경우가 있어 감전될까봐 무섭다"며 "여름 장마철이 다가오는데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 같은 시각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 침산리. 가로수 사이로 전선들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역시 2만2900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고압전선부터 저압전선, 케이블 선들이다. 전선이 노후돼 끊어지거나 불꽃이 가로수로 튈 경우 자칫 화재로 인한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위험한 모습이다. 실제 몇 년 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지구대 인근 도로에서 10m 높이 2만2900볼트 고압전선이 끊어져 행인이 감전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근 주민 박종석(가명)씨는 "전봇대들을 살펴보면 전선이 많고 지저분하게 달려있어 위험해 보인다"며 "TV뉴스나 신문을 보면 전선이 끊어져 다치는 사고가 나오는데 이대로 두면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꼬집었다.
대한민국이 감전 위험에 노출됐다. 정부가 10여년 전부터 전선 지중화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노후전선이나 오래된 변압기가 여전히 많은 탓에 언제 어떤 사고가 일어날 지 예측할 수 없다. 특히 전기로 인한 감전·화재 사고는 한번 발생하면 대형사고가 많다. 이는 주로 안전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인식하는 후진 시스템 탓에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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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전체 화재사고 4만932건 중 8889건(21.7%)이 전기로 인한 화재였다. 이중 노후전선의 합선과 누전, 접촉불량 등이 원인인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人災)가 많았다.

한국전력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전국엔 약 850만개의 전신주가 설치돼 있고 40만km에 달하는 전선이 이어져 있다. 한전은 이중 전선이 오래되거나 위험한 지역에 설치된 전선이 약 6000km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노후전선의 기준이 불명확한데다, 전국 거의 모든 지역이 전선으로 연결된 탓에 노후전선의 위치나 규모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전도 정확한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전국 14개 지역본부 235개 지사에서 수시로 노후전선 점검을 하고 있다"며 "노후전선의 기준을 정하기 애매한 측면이 많기 때문에, 한전 각 지사에서 열화상진단 카메라와 각종 장비로 점검하면서 피복이 벗겨지거나 열이 감지될 경우엔 곧바로 교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후전선의 규모와 교체 실적 등은 내규상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난당국에선 우리 주변에 숨어있는 노후전선과 오래된 변압기의 위험성이 도를 넘었다고 경고한다. 일반 가정집 화재는 물론 거리를 지나다니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감전 등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마철(6~7월)을 앞두고 이런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철엔 노후전선이나 변압기 고장 등으로 인한 감전 사고가 많다.
2001년 7월 경기도와 수도권에 내린 폭우로 인해 신호등과 가로등이 침수돼 19명이 감전으로 사망한 사고가 대표적이다. 이후에도 해마다 장마철엔 감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강풍과 폭우가 몰아치는 장마철엔 침수지역에서 노후전선과 오래된 변압기 등으로 인해 감전사고가 많다"며 "전기재해 통계를 봐도 감전사고는 6월부터 증가해 7~8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