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질서 위배 집시" 전면 금지…"추상적 개념, 죄형법정주의 위반"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유신 독재정권 당시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원혜영(63·부천시 오정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유신 집시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현재 긴급조치 9호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이 내려져 무고하게 옥고를 치렀던 민주화운동 관련인사들이 재심에서 대부분 무죄를 선고받고 있지만 '유신 집시법'에 대해서는 아직 헌재의 판단이 내려진 바 없어 대부분 재심에서 '면소' 판결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원 의원 등 5명의 긴급조치 9호 위반 등 재심사건에서 변호를 맡고 있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지난 11일 재심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상준)에 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3조 1항 제3호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구 집시법 제3조 1항 제3호는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집회 및 시위를 모두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조항으로 지난 1989년 법 개정 당시 사라진 조항이다.
이에 대해 원 의원 등은 "이 조항 자체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며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원 의원 등은 "'민주적 기본질서'는 그 구체적 내용이 가치관, 시대적·사회적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기준만을 제시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는 근거 규정으로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조항 때문에 대부분 집회가 금지돼 집회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처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독재정권 시절 집회나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긴급조치 위반 혐의가 적용돼 유죄를 선고받았던 민주화운동 관련인사들은 집시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돼 처벌을 받았다.
이후 긴급조치 9호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이들 대부분이 긴급조치 9호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집시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면소' 판결을 받고 있다.
면소 판결은 '법률 개정으로 형이 폐지된 경우'에 내려지는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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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독재정권 시절 유신체제를 비판했다가 재판에 넘겨서 옥살이를 한 박형규(91) 목사도 지난 3월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면소 판결을 받았다.
앞서 전주지법도 지난 1월 긴급조치 9호 위반, 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이모(63)씨의 재심사건을 심리하던 중 이씨 측의 신청을 받아들여 구 집시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한 바 있다.
염 변호사는 "유신헌법이나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집회, 유언비어 유포를 처벌하는 긴급조치 9호 내용과 '유신 집시법' 내용은 대동소이하다"며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 시위를 벌이는 대학생들을 잡아가둔 악법조항 중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긴급조치 위반 부분과 집시법 위반 부분이 병합된 사건이 꽤 있지만 집시법 부분에서만 유죄를 받은 분도 꽤 많다"며 "지금이라도 위헌 결정이 내려지게 되면 당시 집시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많은 분들이 구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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