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0일]전문가들 "안전의식 체화돼야 사고 막을 수 있어"

세월호 참사,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 고양 종합버스터미널 화재, 장성 요양병원 화재, 광주 소방헬기 추락. 세월호 사고이후 석달동안 발생한 대형 사고들이다. 지난 22일에는 태백선에서 여객열차가 정면으로 충돌해 1명이 사망하고 91명 중경상을 입었다. 위에 열거한 사고에서만 사망자 329명· 부상자 601명· 실종자 10명이 발생했다. 우리사회를 보여주는 안전지표다.
세월호 참사 100일째를 맞았지만 사회 각 분야에서는 대형 참사들이 끊이지 않고있다. 전문가들은 '사고 예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세월호 참사는 '안전불감증'에 매몰된 '사람'들이 사고예방 시스템 작동을 멈춰 세운 전형적인 '인재'였다. 세월호는 출항 전 운항관리규정을 허위로 작성했다. 이를 확인해야할 운항관리사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승인했다 운항관리사를 채용해 관리하는 한국해운조합은 선사 대표들의 모임이었기 때문이었다.
무리하게 증축공사를 하며 세월호 복원력에는 문제가 있었음에도 선사는 이를 무시했다. 선박안전을 점검한 탈출용 구명보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한국선급은 제대로 검사하지 않았다.
이들을 포괄적으로 관리·감독하는 해양수산부 출신 고위 간부를 해운조합과 한국선급의 회장과 이사장 자리에 앉히면서 관리 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중·삼중으로 존재하는 사고 예방 장치가 한 순간에 멈춰 설 수 있었던 이유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불과 한 달 여 만에 발생한 고양종합버스터미널 화재 역시 마찬가지다. 용접공사를 하면서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며칠 전 실시한 안전검사에서 '이상없음' 판정을 받은 방화시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정부는 세월호 사고 직후 '안전'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의지'만 있을 뿐 현실성 있는 '대책'은 없었다. 최근 발생한 광역버스 입석금지 정책이 대표적이다. 승객의 안전을 강조하며 입석을 금지했지만 대비책도 없이 밀어붙인 결과는 혼란만 초래했다. 일부 버스는 승객들의 성화에 다시 입석으로 버스를 운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을 위한 규제도 중요하지만 더 선행돼야 하는 것은 결국 서랍 속에 잠자고 있는 매뉴얼을 꺼내 실생활에서 체화하도록 하는 것이라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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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철 연세대 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장은 "매뉴얼은 다 있으나 실천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재난 대응 시스템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며 안전을 관리하고 재난을 관리하는 사람들조차 안전 관련 매뉴얼을 숙지하려 하지 않으려는 현실부터 고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전교육이 체화됐을 때만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전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7월 충남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에서 아들을 잃은 강모씨(43·여)는 "지난해 사고이후 학교에서 안전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지속적으로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안전의식과 대응법에 대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한 해수부 관계자는 "안전교육을 위해 지난해 해양안전체험관 건립을 추진했으나 예산상의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돈 아까워 안전교육 안 하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재은 국가위기관리학회 회장은 "결국 대형사고는 지하철, 초고층 빌딩,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하는 만큼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안전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이 이뤄져야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