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부 앞에서 소복 입고 난리치면 의외로 순직 처리가 잘 돼요."
군부대 내에서 발생한 자살과 가혹행위로 인한 사망사고 후속처리 과정을 여러차례 지켜본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28사단 윤일병 사건이나 공군 제15특수임무 비행단 김일병 사건 등 군 당국이 사망사건 발생초기엔 은폐하기에 급급하다 유족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고 나서야 마지못해 해결해주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군 당국의 후속처리는 원칙도 기준도 없다는게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군을 믿고 기다린 결과 가혹행위 피해자가 우울증 환자로 뒤바뀌기도 했다. 당국을 믿고 협조했던 가족들이 가정불화나 애인의 변심 등 개인 사유로 자살했다는 수사사건 보고서를 받고 뒤늦게 분개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설명이다.
길거리로 나가 피켓을 들고 시민단체와 함께 집단행동에 나서고 난 후 어렵사리 순직자로 인정받는들 유가족들에겐 '상처뿐인 영광'이다. 이런 사례가 반복된다면 군을 불신하고 일단 길거리로 나가 피켓을 들라고 어깨를 떠미는 것과 다름없다.
윤일병 사건은 군인권단체의 폭로를 통해, 김일병 사건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삽시간에 전 국민에 알려졌다. 눈 가리고 아웅해봐야 여론을 악화시킬 뿐이다.
군대는 '상식이 통하는 곳이 아니다'라는게 이미 상식이 됐지만 군사기밀도 아닌 가혹행위 사건의 전말을 가리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군에서부터 우선 시작돼야 한다. 2006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개혁안을 내고 국방부가 군사법원 폐지안을 받아들였던 전례도 있다. 목전까지 갔던 개혁은 당시 정권교체와 국회 임기 종료의 와중에 무산됐다.
지난 13일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에 군사법원 폐지 법률안 등 개혁안을 제출하면서 화살은 다시 국방부로 쏠리고 있다. 이번에도 개혁안이 무산된다면 '군대 갈 땐 국가의 아들, 죽으면 남의 아들'이라는 쓴 소리를 인정하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