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살롱<29>]이재현 CJ회장, 항소심도 실형…재판 넘겨진 다른 총수들은?

'회장님'들이 떨고 있습니다. 경제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기업 총수가 항소심에서 일부 무죄를 인정받고도 1심과 마찬가지로 실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입니다. 서울고법은 지난 12일 비자금 조성과 탈세,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54)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비록 1심에 비해 형량이 1년 줄었지만 실형을 유지한 것입니다.
◇ 항소심은 집행유예 기대했지만
당초 많은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앞서 대기업 회장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낸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배임 혐의로 2012년 8월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지난 2월12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습니다.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던 구자원 LIG 회장 역시 같은 날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심리를 맡았던 재판부는 두 회장에 대해 나란히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판결 이유에 비춰볼 때 신장이식 수술 이후 끊임없이 건강 문제로 고통받고 여러 차례에 걸쳐 구속집행이 정지된 이 회장은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판단했던 이 회장의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습니다. 이 회장이 조성한 부외자금(장부 없이 운용되는 자금) 중 일부는 공소시효가 완성됐고, 나머지는 개인적으로 착복할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이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범 삼성가의 탄원서도 기대를 높였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여사, 이명희 신세계 회장 등은 선고심을 앞두고 지난달 이 회장의 건강문제 등을 이유로 수감생활이 어렵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1심보다 혐의 내용 줄었지만…실형 못 피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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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 측 기대와 달리 실형이 선고된 이유는 뭘까요? 재판부는 이 회장의 사회적인 지위와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조세포탈범죄나 재산범죄에 있어 포탈세액의 납부나 피해 회복은 양형상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이를 결정적인 양형요소로 삼기는 어렵다"며 "지위와 역할,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할 때, 이 회장에 대해 그 영향력에 걸맞은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으므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대규모 자산을 보유한 기업가가 범행이 발각된 후에 피해 회복 조치를 취했다고 해서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 법정에 서기 두려운 '회장님'들
이 회장의 선고에 떨고 있는 것은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대기업 총수들입니다.
1조원이 넘는 CP(기업어음)를 사기발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은 다음달 10일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검찰은 현 전회장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한 상태입니다.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던 것과 비교해 현 전회장의 혐의를 무겁게 본 것입니다.
일부 배임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다음달 24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검찰은 박 회장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7년에 벌금 300억원을 구형한 상태입니다.
이 밖에도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2조원대 영업이익 과대계상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1000억원대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에 대해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갔지만 끝내 실형이 확정된 데 이어 이 회장도 실형을 선고받으며 '기업 총수들의 범죄를 엄단하겠다는 사법부의 의지'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줄줄이 판결을 앞두고 있는 회장들을 상대로 계속해서 엄격한 판결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