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일산화탄소(CO)가 적게 나오도록 번개탄 소재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보건복지부 자살예방 정책 담당자는 번개탄이 자살용으로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 외부 연구용역을 주며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번개탄은 1970년대 서민연료로 사랑 받아왔다. 하지만 어느 새 번개탄은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했다. 구입이 쉽고 가격까지 저렴해 자살용 도구로 빈번히 사용되면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살률 1위' 불명예의 숨은(?) 주역이 됐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8년 전체 자살의 2%에 불과했던 번개탄 자살은 2012년 전체 자살 건수의 8%까지 늘었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번개탄을 이용해 목숨을 끊는 사례가 발생하며 이를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가 발생한 것이 주원인이다.
자살을 결심하는 사람 대부분이 즉흥적이고 충동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상황에서 번개탄을 너무 쉽게 살 수 있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자살 도구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기 위해 외부에 용역을 줄 정도로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살 도구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는 정책은 자살 방지에 일정 부분 효과는 있다. 2011년 11월 맹독성 농약인 파라콰트(그라목손)의 제품 등록을 취소한 후 2012년 농약 음독자살자는 전년보다 18.5% 정도 줄었다.
하지만 번개탄은 농약과 다르다. 번개탄에 첨가제를 넣어 고급화하면 CO 발생을 30%까지 줄일 수 있지만 번개탄 가격이 올라 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저소득층 가구에 부담이 클 수 있다. 번개탄 공장의 매출에 역풍도 불 수 있다.
전국에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15만~20만 가구 정도다. 이들 대부분은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전국에 100개 이상인 번개탄 공장도 대부분 영세공장이다. 자살예방 대책이 가뜩이나 생활이 힘든 이들 영세민들의 생계를 위협해 또 다른 자살을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자살 수단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왜 자살을 많이 하는지,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원인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그 수단만 없앤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