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곳곳에서 통곡… 판교참사 유가족 "이게 웬 청천벽력…"

병원 곳곳에서 통곡… 판교참사 유가족 "이게 웬 청천벽력…"

성남(경기)=박소연 기자, 이원광
2014.10.18 03:33

사망 16명·부상 11명… "이곳서 종종 공연, 그 때도 환풍구에…"

17일 오후 5시53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유스페이스 앞 야외 공연장에서 관람객 약 25명이 지하철 환풍구 아래(20m)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부상자들이 실려온 분당의 한 병원 응급실. /사진=뉴스1
17일 오후 5시53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유스페이스 앞 야외 공연장에서 관람객 약 25명이 지하철 환풍구 아래(20m)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부상자들이 실려온 분당의 한 병원 응급실. /사진=뉴스1

"남의 일로만 알았지. TV에서 보던 일이 내게 생길 줄이야…"

18일 새벽 1시 경기 성남중앙병원. 전날 오후 판교 환풍구 붕괴참사로 숨진 16명 중 7명의 시신이 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유가족들은 아직 빈소도 차려지지 않은 장례식장에서 오열과 한숨짓기를 반복하며 참사로 가족을 잃은 슬픔을 드러냈다.

이번 사고로 처남 이모씨(45)를 잃은 한 유가족은 어릴 적부터 친동생처럼 지냈던 처남의 사고 소식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함께 지냈다. 현재는 함께 사업을 하고 있다"며 처남과의 각별한 관계를 설명했다. 이어 "(주최 측에서) 아직 연락은 없다"며 "내일 아침에 온다고 하니까 기다려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강모씨(여·20대)의 유가족은 강씨를 찾아온 친구들에게 애틋한 눈빛을 보냈다. 이어 "우리나라에선 스스로 지켜야 한다. 국가가 뭐든 다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우리나라는 미국도, 유럽도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지하1층부터 양쪽 부축을 받으며 2층까지 올라왔다.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며 울던 그는 끝내 주저앉아 통곡했다.

맨발로 조문객을 맞은 중년 여성은 "어떻게 그렇게 쉽게 죽어. 어떻게 혼자 보내"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이어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 앉은 그는 장례식 빈소 바닥에 누워 흐느끼며 울었다.

같은 시각 사망자 4명의 시신이 안치된 분당 제생병원에서도 갑작스러운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유가족들 30여명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속속 도착했다. 이들은 새벽 2시가 넘는 시간까지 빈소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자 병원 로비를 서성이다 구청 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성남시공무원봉사단'이라고 적힌 연두색 조끼를 입은 10여명의 봉사자들이 장례 절차 논의를 도왔다.

5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은 "이게 무슨 청천벽력이고…거길 왜 올라가. 그걸 왜 보러 가서…"라며 눈물을 쏟았다. 다른 여성은 "뉴스가 나오길래 어린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겠구나 했는데 사망자를 보니 다 어른들이었다. 내 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오열했다.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안전불감증에 대한 뒤늦은 반성과 탄식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유가족은 "유스페이스 광장 인근에서 영업을 하는데 예전부터 이곳에서 공연을 종종 했다"며 "일전에 노브레인이 왔었는데 그 때도 사람들이 환풍구 위쪽으로 올라갔었다. 당시에도 막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었다. 전 공연에서 막았으면 오늘 같은 대참사는 없었지 않을까"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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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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