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난 현장에 가 있는 소방관에게 현장상황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전파하게 하고 늦어지면 소방서 평가에 불이익을 주는 제도가 시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재난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서울소방재난본부 '2014 소방서 성과평가' 매뉴얼에 따르면 일선 소방서에 대한 성과 평가 항목에 'SNS 상황전파' 항목이 추가됐다. 이 문건은 지난 7월 개정돼 9월부터 실제 일선소방서 평가에 활용되고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SNS 상황전파' 항목은 현장 출동 이후 작성된 현장 상황판을 사진으로 촬영, SNS를 통해 처음 전송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상황판 작성 정도, 보고 내용의 충실도 등에 따라 감점과 가점을 주게 돼 있다.
재난 발생후 △30분 이후 발송 1점 감점 △40분 이후 발송 2점 감점 △50분 이후 5점 감점 △미발송 및 60분 이후 발송 10점 감점 대상이다. 게시판 작성정도에 따라 최대 3점의 감점이 가능하며, 보고의 충실도에 따라 1점의 가점을 주게 돼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이같은 매뉴얼에 따라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현장대응단)에 대한 평가를 매월 실시, 서울시 23개 소방서의 순위를 매기고 이 순위에 따라 근무 평정 등의 인사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재난본부 관계자는 "카카오톡을 통해 재난본부에 현장 상황을 보고하게 하는 것"이라며 "카카오톡 대화방에 재난본부장이나 서울시장 등 재난대응 담당자들을 초대해 사건 내용을 파악하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일선 소방관들은 이같은 매뉴얼이 '현장 중심'에서 '보고 중심'으로 역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보고를 위해 자칫 구조의 핵심적인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내 한 소방서 화재조사 담당자는 "현장 지휘대가 상황을 파악하고 진압대원들을 통제해야 할 시간에 화재가 발생한 장소의 정확한 주소가 무엇인지 현장에 출동한 다른 유관기관은 어디가 있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조치가 현장 대응의 효율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도 바쁜데 보고를 우선시 하는 것은 재난현장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안다면 도입할 수 없는 제도라는 쓴소리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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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보고가 윗선으로 올라갔다면 지시가 내려올 테고 현장에서는 그 지시만 기다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미국 등 재난대응 선진국에서는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지역 소방서장이 총괄책임을 지고 실무자 위주로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김유식 한국국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역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게 우선이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주소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겠느냐"며 "현장대응 중 보고를 요구하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