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감' 느껴지는 수사… 대통령에 '친절한 검찰씨'

'기시감' 느껴지는 수사… 대통령에 '친절한 검찰씨'

김만배 기자, 김미애 기자, 이태성 기자, 김정주 기자, 황재하 기자
2015.01.10 06:30

[서초동살롱<46>]'靑 문건유출' '종북논란 토크콘서트' 수사 모두 朴 대통령 말대로

정초부터 검찰이 분주합니다.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불을 지핀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고, 종북 논란을 일으킨 '평화통일 토크콘서트' 진행자들을 수사했습니다.

얼핏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이 사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특별히 언급했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을 찾으라면 박 대통령의 발언 취지와 딱 맞아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입니다.

검찰이 정권에 '과잉 충성' 한다는 의혹은 정치적인 사안을 수사할 때마다 불거지고 있는데, 새해가 밝자마자 의혹에 기름을 끼얹는 수사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청와대에서 유출된 문건 속에서 '국정개입' 당사자로 지목된 정윤회씨 / 사진=뉴스1
청와대에서 유출된 문건 속에서 '국정개입' 당사자로 지목된 정윤회씨 / 사진=뉴스1

◇결국 '찌라시'로 결론 내려진 문건유출 수사

이른바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이 처음 공개됐을 당시 파장은 컸습니다. 현 정권 출범 전부터 불거졌던 비선 실세 의혹을 구체적으로 담은 서류가 다른 곳도 아닌 청와대에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자연히 의혹은 힘을 얻었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발표한 중간 수사결과는 의혹을 해소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검찰은 실제 정씨가 국정에 개입한 의혹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련 혐의가 확인된 바 없다"고만 짤막하게 밝혔습니다.

아울러 문건의 모든 내용이 작성자 박관천 경정(49·구속기소)이 뜬소문을 과장한 '찌라시'라고 결론지었습니다. 문건에 등장하는 이른바 '십상시 회동'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검찰의 결론은 왠지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잠시 다른 사건을 짚어본 뒤에 들여다보겠습니다.

'평화통일 토크콘서트' 진행자 재미동포 신은미씨 / 사진=뉴스1
'평화통일 토크콘서트' 진행자 재미동포 신은미씨 / 사진=뉴스1

◇검찰의 이례적인 강제출국 '요청'

검찰은 보수 단체에서 고발한 '평화통일 토크콘서트' 진행자 재미동포 신은미씨(53·여)에 대해 이례적인 조치를 내렸습니다. 법무부에 강제퇴거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현행법상 외국인에게 강제퇴거 명령을 내릴 권한은 법무부에게 있습니다. 검찰에 권한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법무부에 이같은 조치를 요청하는 정식 행정절차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경찰은 굳이 행정기관끼리 의견을 전달하는 형식을 빌려 강제퇴거 조치를 취해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강제퇴거 조치를 요청한 배경으로 현행 출입국관리법을 들었습니다. 이 법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강제퇴거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조치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논란이 된 토크콘서트의 성격을 '종북'으로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결론은 극히 이례적이지만 역시 낯설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 사진=뉴스1
박근혜 대통령 / 사진=뉴스1

◇문건유출 수사와 '종북 토크콘서트' 수사 공통점은 '대통령 말씀'

두 사건 모두 검찰의 결론에서 기시감(旣視感, Dejavu)이 느껴진 것은 다름아닌 박 대통령의 발언과 그대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어떤 의도인지 모르지만 결코 있을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로, 이런 공직기강의 문란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적폐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문건 내용에 대해서는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얘기들에 이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함께한 오찬 자리에서였습니다. 두 발언 모두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 전에 나왔습니다.

토크콘서트에 대한 검찰의 결론도 "최근 소위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에 달하고 있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과 일치했습니다. 역시 검찰이 신씨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기에 앞서 나온 발언입니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 / 사진=이기범 기자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 / 사진=이기범 기자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 결과, 제발 오해였으면

검찰이 정권에 '과잉 충성'을 기울인다는 의혹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습니다.

지난해 논란이 된 '카카오톡 검열' 논란도 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한 지 2일 만에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사범에 대해 강경하게 수사하겠다'고 방침을 밝히며 불거졌습니다.

최근에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언제나 공정한 수사, 엄정한 수사를 다짐하는 검찰이 정치적 성격을 띤 사건에서 번번이 정권이 원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결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그것도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이후에 말입니다.

과연 이같은 의혹이 우연의 일치일까요? 검찰은 정치적인 고려 없이 항상 공정한 수사를 해서 결과를 내놓고 있는데 우연히 대통령의 발언과 같은 결과가 나와 오해를 받는 것일까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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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기자

2011년 입사해 사회부 법조팀, 증권부, 사회부 사건팀, 산업1부 자동차팀을 거쳐 현재는 정치부 국회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제14회 한국조사보도상 수상 2024년 제 19회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언론상 신문보도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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