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우디녀와 김기종

[기자수첩]아우디녀와 김기종

이원광 기자
2015.03.11 06:00

상의를 탈의한 채 속옷 차림으로 무아지경 춤을 추는 그녀. 클럽 남성들은 그녀의 몸에 손을 뻗는다. 준수한 외모와 늘씬한 몸매의 그녀는 검정색 스타킹과 가터벨트까지 착용하며 아찔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유명 외제차 딜러로 알려진 일명 '아우디녀' 동영상 내용이다.

주한 미국 대사가 괴한으로 피습을 당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으나 온라인의 지배자는 아우디녀였다. 해당 동영상을 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과도한 노출에 대해 비난하며 과거 그녀의 행적을 찾아보는 일명 '신상 털이'를 펼치기도 했다.

그런데 아우디녀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재된 다른 사진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당 사진 속 그녀는 여전히 상의를 탈의한 모습이었으나 가슴에 '온실 가스'라는 문구를 붙이고 이를 비난하는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 또 다른 사진에도 그녀의 주장을 엿볼 수 있다.

그녀는 "쇠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약 2만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통밀 1kg에 525리터의 물이 필요한 것과 비교하면 아주 엄청난 양"이라는 존 로빈스의 말과 "인류가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무자비하게 생명체에 해를 가하는 것이 진정한 윤리와 양립될 수 없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에 놀라워할 시대가 올 것"이라는 알버트 슈바이처의 주장을 함께 실은 것.

이같이 그녀의 SNS는 노출을 통해 누리꾼들의 관심을 이끄는 동시에 채식주의나 노출의 엄숙주의에 대한 비판 등이 담겼다. 그러나 온라인에는 과도한 그녀의 노출에 가려 이같은 주장은 보이지 않는다.

이 때 "반미, 반정부"를 외치며 미국 대사를 습격한 김기종씨(55)가 있다. 김씨는 남북관계에서의 미국의 개입, 한미군사훈련 등을 반대하며 이런 극단적인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그의 주장 중에는 우리나라의 전시작전권 즉시 이양이나 남북간 평화협정 등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실 그의 주장은 역대 정권의 남북통일 논의 과정에서 대부분 제기됐던 내용들이다.

그러나 김씨가 리퍼트 대사를 습격하면서 이같은 논의는 갑자기 '금기'가 됐다. 그의 범죄가 통일을 대비해 건강한 공론장에서 다뤄져야할 중요한 논의마저 배제하게 되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김씨의 테러와 아우디녀의 노출.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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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광 기자

'빛과 빛 사이의 어둠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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