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해경 헬기, 기상 알려주는 시스템 無…국민안전처, 조직 키우기보다 현장 챙겨야

지난 13일 오후 8시30분쯤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전남 가거도로 출동한 해경 헬기는 섬 인근까지 왔지만 착륙 지점을 찾지 못했다. 당시 가거도에는 해무가 짙었고, 이렇다 할 조명등 시설도 없는 터라 헬기는 착륙에 어려움을 겪다 1km 회항 후 결국 추락했다. 헬기 안에는 조종사와 정비사, 응급구조사 등 해경 4명이 타고 있었다.
오후 7시에 신고를 받고 출발한 해경은 가거도에 도착할 때까지 인근 해역에 대한 아무런 기상 정보도 받지 못했다. 사고가 난 해경 헬기인 B-511 내에 기상 정보를 알려주는 레이더 하나 장착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경 관계자는 "최근에 새로 들여오는 해경 헬기에는 기상레이더가 장착돼 있지만 사고가 난 헬기엔 없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가거도에 도착해 육안으로 해무가 짙다는 걸 확인할 때까지 아무런 기상정보도 받지 못한 셈이다. 헬기착륙장은 방파제 위 좁은 공간에 'H'자가 적혀 있는 게 전부였다. 변변찮은 조명등 하나 없이 주민이 든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야 했다. 열악한 상황에서 해경은 수차례 착륙을 시도하다 결국 변을 당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커진 책임감도 한몫 했을 것이다.
가거도로 이동하는 한 시간 반 동안 아무런 기상정보도 알려주지 못한 해경 당국은 사고 이후 브리핑을 통해 "헬기 이륙 당시엔 기상 상태가 양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거도 기상 상태는 그리 양호하지 못했다. 실시간으로 기상정보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헬기 내에 갖춰져 있었다면, 미리 회항했든 지원을 요청했든 대비할 수 있는 여지가 컸을 것이다.
하지만 2~3년 주기로 되풀이되는 헬기 사고를 겪으면서도 아직도 기본적인 기상정보 시스템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가장 많이 외치는 단어가 '안전'이지만, 여전히 일선 현장 곳곳에서 수많은 구멍이 남아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럼에도 출범 100일이 넘은 국민안전처는 일선 현장의 중요성을 아직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듯하다. '국가안전대진단'이라며 거창한 구호를 외치고 간부 비율을 늘리는 등 승진잔치를 벌였지만, 현장의 장비와 인력은 이렇듯 열악한 상황이다.
서울 일선 소방서에 근무하는 한 소방관은 "구조대 인력이 예전보다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불 끌 때 입는 특수방화복 한 벌 조차 품질검사를 안 받은 것으로 드러나 낡은 것을 입는 실정이다.
집에 불이 났을 때, 갑작스레 심장마비가 왔을 때, 또는 중국 어선이 우리 해역을 넘나들 때 출동하는 것은 장관도 차관도 아닌, 일선 현장의 소방관이며 해경이다. 지금이라도 현장 인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현장에 가는 일이 단지 사진을 찍기 위한 것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짙은 해무를 막을 순 없어도, 대비할 순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