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살롱<59>]전 정권 향했던 수사가 현 정권 핵심 겨눌 가능성

서울 서초동에서 시작된 사정 폭풍이 생각보다 훨씬 거센 바람을 몰고왔습니다. 당초 전 정권의 자원비리에 초점을 맞췄던 수사는 뜻하지 않게 현 정권의 주요 인사들을 향하게 됐습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상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 때문입니다.
메모지 안에는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은 물론 이병기 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 현 정권의 쟁쟁한 인사들 이름이 담겨 있었습니다. 일부 인사는 이름과 함께 금액이 함께 적혀 있었고, 아예 날짜까지 기재된 인물도 있었다고 합니다.
정권 핵심은 불가피하게 사정 폭풍에 휘말리게 됐습니다.
◇'자원개발' 수사 강하게 주장했던 정권
재미있는 것은 현 정권에서 이번 수사를 강하게 주장했다는 점입니다. 이완구 총리는 지난달 대국민 담화에서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하며 중요 과제로 자원개발 비리에 대한 수사를 꼽았습니다. 그는 "자원개발과 관련한 배임, 부실투자 등은 어려운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발맞춰 검찰은 경남기업의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사업 등에 대한 수사망을 좁혔습니다. 성 전 회장은 이달 초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지만 당국은 "(혐의를 부인할 것을) 예상하고 수사를 진행해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검찰이 발 빠른 행보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현 정권이 집권 3년차를 맞아 정국을 주도하기 위해 전 정권을 겨눈 수사를 '기획'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습니다.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날 기자회견에서 현 정권과의 '연고'를 강조한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는 "언론보도와 달리 (본인은) MB맨이 아니다"라며 "제18대 대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찰도 막지 못하는 수사, 향방은
수사를 주관하는 검찰도 현 정권 인사들을 향한 수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관측입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남긴 성 전 회장의 메모가 불러온 파장이 그만큼 거대하기 때문입니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쪽지 내용의 진위를 가려내지 못하면 검찰이 감당해야 할 비난도 그만큼 큽니다.
일각에서는 성 전 회장이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시점이 모두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7년)가 지나 검찰에서 수사를 착수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내놓습니다. 그러나 법조계 한 인사는 "사태가 이렇게 커졌는데 어떤 형태든 검찰이 행동을 보이지 않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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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검찰은 메모가 작성된 경위를 파악하는 것을 시작으로 공소시효에 대한 법리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날 수사를 지휘하는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윤수 3차장검사에게 "메모지를 작성한 경위를 확인하라"며 "관련 법리도 철저히 검토해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직접 메모한 것이 맞는지 필적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긴장하는 정권 핵심들…검찰 수사 의지가 관건
메모지 속에 거론된 인사들은 잔뜩 긴장한 기색입니다. 김기춘 전 실장은 메모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고 황당무계한 악의적 소설"이라며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날 해명자료까지 내며 "단 한 푼의 돈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병기 실장도 "고 성완종 회장이 최근 경남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을 즈음 전화 통화에서 결백을 호소하며 구명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마른하늘에 번개 치는 격"이라고 강조했고, 홍준표 지사는 "성 회장을 잘 알지도 못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검찰이 수사에 의지를 보이지 않을까 우려합니다. 정권 핵심 인사들을 향할 수밖에 없다는 부담감 때문입니다.
국민들이 알고 싶은 것은 진실이고, 이제 관건은 원하든 원치 않든 칼자루를 쥐게 된 검찰의 의지입니다. 사안에 쏠린 시선의 무게를 검찰이 충분히 이해하고 가능한 역량을 모두 집중해 진실을 밝히는 데 주력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