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몰라요" 메르스에 '깜깜'…사각지대 놓인 이주노동자

"한국말 몰라요" 메르스에 '깜깜'…사각지대 놓인 이주노동자

이재윤, 김종훈 기자
2015.06.16 05:29

27만 이주노동자, 메르스 외국어 안내문 턱없이 부족…"두렵지만 뾰족한 수 없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입국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 사진 = 머니투데이DB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입국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 사진 = 머니투데이DB

정부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방역 대책에서 27만 명에 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소외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언어적 문제로 뉴스나 정보 습득에 취약한 이들이 메르스 방역 사각지대에 놓여 논란이 예상된다.

15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단순노동에 종사하는 비전문취업(E-9) 비자로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27만687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설명이나 메르스 안내문 등은 턱없이 부실한 상황이다.

실제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비데공장에서 근무하는 R모씨(28·방글라데시)는 지난 2일 15번 환자가 발생한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에서 맹장수술을 받고 이 병원에 입원했지만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

맹장수술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지만 메르스와 관련해선 전혀 알려주는 내용이 없었다. R씨의 외국인 지인들은 이틀이 지난 뒤에야 한국인 친구로부터 메르스에 노출된 곳이니 가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메르스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R씨가 수술 전 확인 과정에서 관련 증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일반병동에 있는 R씨에게 메르스 이야기를 꺼내면 불안감만 조성되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시시각각으로 쏟아지는 메르스 관련 뉴스나 정보도 장시간 근무에 한국어까지 서툰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딴 나라 이야기'다. 이들은 보통 15시간 이상 근무 할 뿐만 아니라 뉴스를 접해도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고용노동부가 이들을 위해 방글라데시어와 인도네시아 등 18개 국가 언어로 메르스 증상과 안전조치 등을 안내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예방법만 적혀있어 실용성이 떨어진 다는 지적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안내문이라고 해봐야 손을 청결히 하고 사람 많은 곳을 피하라, 이상을 느낄 경우 의료진을 찾으라는 내용만 제공 한다"며 "사망이나 발병자 현황, 메르스 노출 병원 등의 정보는 전혀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어가 능숙한 사람을 뽑아 자국어로 번역해 배포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소모뚜 미얀마공동체 대표는 "한국어에 능숙한 노동자들이 메르스 관련 뉴스와 정보를 자국어로 번역해 배포하고 있다"며 "한국정부가 해줘야 할 일이지만 두려움에 직접 번역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섹알마문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수석위원장은 "한국에 17년 있었지만 메르스 관련 뉴스는 알아듣기 쉽지 않다"며 "이주노동자도 전염병에 걸릴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지난 12일 본격 운영을 시작한 외국인 전용 콜센터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메르스 상담 핫라인(국번 없이 109)을 운영 중이지만 상주 직원 80명 중 외국인을 위해 영어를 사용하는 상담원은 2명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환 경제 부총리는 주한 외교단 등을 만나는 자리에서 "한국 정부의 의지와 노력, 의료체계에 대한 믿음을 갖고 지켜봐주길 바란다"며 "발병현황, 감염경로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과도한 불안심리 확산을 차단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외국인력 상담센터에서도 메르스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홍보가 되지 않아 이를 알고 있는 이주노동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에 이주노동자들에게도 한국인들과 평등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진우 이주공동행동 사무차장은 "이주노동자들도 안전에 대한 권리 역시 동등하게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차별없이 안전조치를 취하고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메르스 확산을 막는 방안의 일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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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이재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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