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피해자들, 국가·병원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메르스 피해자들, 국가·병원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신현식 기자, 백지수 기자
2015.07.09 12:44
9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메르스 사태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소송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뉴스1
9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메르스 사태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소송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뉴스1

메르스에 감염돼 가족을 잃은 사람들과 강제격리 경험자들이 국가와 대학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9일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날 오후와 다음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 판단과 부실한 방역체계로 인한 피해가 국민들의 공포와 불안감을 커지게 했고 국가적 참사를 낳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경실련은 소송을 통해 국가에 민간 병원을 적극 통제하지 못하고 메르스 발생 의료기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환자를 급증시킨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들에 대해서는 "환자 안전을 무시한 채 환자 격감을 우려해 감염병 발생사실을 숨겼고 환자와 가족들에게 메르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고 제때 격리나 문병 제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에 따르면 소송은 피해 사례마다 1건씩 총 3건이 접수될 예정이다. 3건 모두 메르스 감염지였던 병원과 대한민국, 관할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건양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 강동성심병원 등이 대상이다. 경실련은 이날 3건 중 2건의 소장을 공개했다.

공개된 소장에 따르면 한 건은 기저질환이 없다가 슈퍼전파자와 접촉해 메르스로 사망한 65세 남성의 유족들은 건양대병원과 국가, 대전광역시를 상대로 모두 3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들은 △기저질환 없던 사람이 메르스에 걸려 사망에 이르기까지 병원이 슈퍼전파자의 입원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의료진만 밀착형 마스크를 썼으며 △문병 온 보호자들에게는 메르스의 위험성을 경고해주지 않아 감염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한 건은 165번 환자와 접촉해 감염의심자로 분류된 환자와 그 가족들이 강동경희대병원과 국가, 경기 시흥시를 상대로 낸 67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다.

이들은 165번 환자와 투석치료를 함께 받는 동안 병원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점, 보건소 직원과 경찰관 등으로부터 위압적 지시를 받은 점을 문제삼았다.

나머지 한 건은 173번 확진자의 유가족들이 강동성심병원과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소송이다. 소송을 제기한 173번 확진자 아들 김형지씨(48)는 기자회견에서 "방역당국이 초기 정보를 공개했다면 메르스 피해자가 대거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어머니가 지난달 초 해당 병원에 갔다가 발열 증세와 요통을 호소하며 다시 병원을 찾았으나 병원이 디스크로 오진해 제때 치료가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소송 대리를 맡은 신현호 변호사는 "국가가 5월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 응급실을 폐쇄했더라면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조기진압에 실패한 정부 방역체계에 대해 비판했다.

김진현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메르스 사태에 피해자 권리를 구제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향후 이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의료시스템 개혁과 국가 감염병관리체계 개편, 공공의료체계 개선 등 제도 개선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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