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4대강 사업 관련 소송에서 유일하게 '위법성' 인정

김신 대법관(59·연수원 12기)은 과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중 4대강 사업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남겼다. 이같은 판단은 4개 사업에 대해 각각 제기된 소송들의 모든 심급을 통틀어 유일하다.
고영한(61·11기)·김창석(60·13기) 대법관과 함께 2012년 8월2일자로 임명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제청해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임명했다.
다음은 김 대법관의 주요 판결들.
◇4대강 소송 중 유일하게 '위법성' 인정
김 대법관은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던 2012년 2월 국가재정법이 요구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의 1~3심을 통틀어 위법성을 인정한 유일한 판결이다.
그러나 김 대법관은 이미 공정이 90% 이상 끝난 상황이라는 이유로 사정판결을 했다. 사정판결이란 행정처분이 위법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를 취소하면 공공복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그 처분을 유지하도록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것을 뜻한다.
바꿔 말해 낙동강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아 위법하지만 이미 대부분 진행된 공사를 취소하면 큰 손실이 초래되는 만큼 사업을 백지화할 수는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법관의 판결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 대법관이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 소속 이언주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위법이면 위법이고 취소면 취소지, 이 판결에 대해 궤변 내지 비겁하다고 평가하는 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 대법관의 판결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예비타당성 조사는 하천공사 시행계획과 형식상 전혀 별개의 행정계획인 예산 편성을 위한 절차일 뿐 시행계획에 앞서 거쳐야 할 절차가 아니다"라며 낙동강 사업이 적법하다는 취지로 판결을 확정했다. 결과적으로 청구를 기각하는 점에서 일치했고 사건을 파기환송하지는 않았지만 낙동강 사업의 위법성에 대한 판단이 엇갈린 것이다.
대법원은 같은 날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가 맡은 금강 사건, 3부가 맡은 영산강(주심 박보영 대법관)·한강(주심 김용덕 대법관) 사건에서도 같은 취지 판결을 확정했다. 전원합의체에서 판단한 뒤 사건을 다시 소부로 돌려보내 판결 취지는 모두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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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 대법관은 부산고법 재직 중 이 사건의 2심 재판장을 맡았다는 이유로 대법원 심리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행법상 이전 심급 재판에 관여했던 법관은 심리에서 배제될 수 있다.
◇"집단 괴롭힘 당했어도 심하지 않았으면 학교 책임 없다" 판결 논란
김 대법관은 또 집단 괴롭힘을 당한 끝에 피해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서 '괴롭힘의 정도가 지나치게 심해 교사나 학교가 미리 예상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면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결로 논란이 된 바 있다.
그가 주심을 맡은 대법원 3부는 2009년 집단 괴롭힘 끝에 목숨을 끊은 A군(당시 15세) 가족이 학교를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했다.
주된 이유는 교사 등이 객관적으로 A군의 극단적인 선택을 미리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이었다. 학교 측에 보호감독 책임을 물으려면 교사나 학교 측이 극단적인 선택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인정돼야 하는데, A군은 주로 폭력적인 방법보다 조롱·비난으로 괴롭힘을 당해 예측이 어려웠다는 논리다.
이 밖에도 A군의 담임교사가 이상 징후를 알아채고 부모에게 전학을 권했지만 응하지 않은 점, A군이 학교에 오지 않고 방황하던 중 사건이 벌어진 점 등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중대한 집단 괴롭힘이 계속되고 그 결과 피해 학생이 궁지에 몰렸다고 예견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자살에 이른 상황에 대한 예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집단 괴롭힘의 내용이 그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면 그것만으로 자살에 대해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 죄로 1·2심 형량 4.8배 차이는 부당하다"…소수의견에 그쳐
김 대법관은 지난해 7월 전원합의체 주심으로서 형사사건에서 2심이 뚜렷한 이유 없이 1심이 선고한 양형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판결을 깨는 것이 잘못됐다는 의견을 개진했지만 판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최모씨(36)와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게임산업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4년으로 형량이 대폭 늘었다. 유·무죄 판단이 뒤집어지지 않았는데도 혐의에 비해 1심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형량이 4.8배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최씨가 상고한 사건에서 김 대법관은 박보영·권순일 대법관과 함께 "항소심이 양형에 대한 1심의 판단을 뒤집을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내세우지 않았다면 법령 위반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1심이 양형심리 과정에서 합리적인 한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면 항소심에서 이를 파기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1심의 잘못된 부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대법관 등은 "1심 양형이 적절한 범위에 있는데도 단지 가장 적절한 형량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항소심이 1심을 파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같은 관행은 항소 남발을 조장하고 사법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릴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판단이 판결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심리에 참여한 나머지 대법관들이 모두 다른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다수의견은 "항소심이 양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1심 판결을 파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더라도 이를 두고 위법하다고까지 할 수는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뇌물 들통나 추징금으로 모두 냈다면 과세 대상 안돼"
김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자난해 7월 '이미 추징당한 뇌물에 대해서는 세금을 낼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판례를 남겼다.
한 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장이었던 이모씨는 2008년 7월 아파트 관리업체로 선정해주는 대가 등으로 총 88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가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유죄가 확정돼 뇌물로 받은 돈을 모두 추징당했다.
문제는 이씨가 추징금을 모두 납부한 이후에 남양주세무서가 4200만원을 종합소득세로 부과하며 불거졌다. 이씨는 이미 추징당해 수중에 남은 돈이 없는데도 세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번 납세의무가 발생하면 이후 소득금액을 환원해도 그 의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전원합의체는 "당초 성립했던 납세의무가 그 전제를 잃게 된 만큼 세무서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사건을 파기해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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