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무원 주3.5일 근무요? 꿈 같은 얘기"

[기자수첩]"공무원 주3.5일 근무요? 꿈 같은 얘기"

남형도 기자
2016.02.23 08:55

인사혁신처 '유연근무제' 확대 발표에 공무원들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 씁쓸한 반응…공무원 향한 여론만 나빠져

"공무원들은 좋겠네요. 매주 3.5일만 근무하면 되니까. 주말에도 일하는 직장인들도 많습니다.", "주3.5일만 일할 생각 말고 민원처리나 제대로 했으면 좋겠네요."

지난 21일 공무원들은 본의 아니게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에 시달려야 했다. 인사혁신처가 '근무혁신지침'을 시행한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혁신처는 공무원들이 불필요하게 일을 많이 한다며 과도한 초과 근무를 금지하고 2018년까지 연간 1900시간만 일하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연가는 장려한다는 취지 자체는 좋았다. 하지만 근무혁신지침의 본래 취지와 달리 금세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특히 40시간인 한 주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나눠쓰도록 하겠단 '유연근무제' 확대 방침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주 40시간 근무는 똑같이 하되 몰아서 일하면 주3.5일(3일간 12시간, 1일 4시간) 근무도 가능하단 발표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혁신처의 발표가 나간 뒤 "주5일은 고사하고 주말 근무도 하고 있는데 공무원들만 팔자가 좋다", "공무원 인력이 그렇게 충분하면 차라리 줄여라", "민원 처리나 제대로 하고 놀아라" 등의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정작 근무혁신지침을 접한 공무원들은 현실성이 없는 지침이라며 하소연했다. 중앙부처의 한 5급 공무원은 "국민들은 동사무소나 구청 공무원들을 생각하고 칼퇴근과 주말 보장을 누린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주5일 근무에 야근에 주말까지 나오는 경우도 많은데 주3.5일 근무라니 현실과 동떨어진 꿈 같은 얘기"라고 말했다. 다른 중앙부처 7급 공무원도 "할 일 없이 초과근무를 하는 공무원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일이 정말 많아서 초과근무를 한다"며 "주3.5일만 일하면 누가 그 일을 대신 하겠느냐"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경직된 조직문화 특성을 꼽으며 유연근무제가 요원하단 지적도 나왔다. 중앙부처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한 시간 빨리 나오고 빨리 퇴근하는 지금의 유연근무제도 쓰려면 눈치 보이는 것이 현실인데, 3.5일 근무하고 안 나온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경찰·소방과 같은 특수직 공무원들 역시 유연근무제 확대 방침에 대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지침이라며 비판했다. 서울 소방서에 근무하는 한 소방교는 "위급할 때 바로 출동해야 하는 것이 소방관의 업무인데, 주3.5일만 나가면 응급환자들을 누가 돌보고 이송하겠느냐"며 "취지는 알겠지만 우리 같은 특수직들이 처한 현실도 고려해 지침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혁신처가 유연근무제 등 효율적인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려면 제도만 마련해서는 불충분하다. 수직적 조직문화 특성상 실국장급 고위공무원들부터 정착시킬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하며, 제대로 이행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당근과 채찍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 특히 하위직 공무원들이 이 같은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지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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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쓰레기를 치우는 아주머니께서 쓰레기통에 앉아 쉬시는 걸 보고 기자가 됐습니다. 시선에서 소외된 곳을 크게 떠들어 작은 변화라도 만들겠다면서요. 8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음 간직하려 노력합니다. 좋은 제보 언제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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