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中企의 투자, M&A, 기업공개⑤]공단폐쇄로 입주기업에 발생할 납기지연의 연쇄적 거래장애

경색된 남북관계 및 동북아 정세와 그에 대한 논평이 연일 신문 지상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남북분단의 특수상황은 정치, 경제, 문화뿐만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 볼 고유한 문제를 던져줍니다.
헌법 및 국제법상 북한의 법적 지위 문제 등 거시적인 문제는 물론, 가족관계의 정리, 통일에 대비한 부동산 제도의 정비, 암암리에 이루어진다고 하는 비무장지대 부동산거래 등 개인의 신분관계 및 사적 거래관계의 측면에서도 다양한 법적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개성공단 폐쇄 및 자산동결에 대하여 여러 측면에서 논평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2013년에 체결하였던 협약 준수 문제, 입주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 더 나아가서는 폐쇄조치를 단행한 국가에 대한 배상 또는 보상 청구와 관련한 논의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하여는 2013년의 개성공단 신규진출 및 투자확대 불허 조치와 관련하여, 국가배상 및 손실보상을 구하는 투자자의 청구에 대하여 하급심 법원이 조치의 위법성 및 손실보상 요건으로서의 공익을 위한 특별희생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음을 참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당해 사안은 기존 입주기업이 아닌 입주 예정기업이 국가배상 및 손실보상을 구하였다는 사정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남북경제협력사업보험에 따른 보험금 청구의 형태로 마무리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차원의 지원이라는 특수한 사정을 배제하고 중소기업의 거래상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사안을 추상화한다면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요?
우선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저렴한 인력을 활용해 물품을 제조해 국내외 거래처에 공급하는 제조기업이 대부분으로 이들은 도매상에 제조한 물품을 공급하고, 입주기업으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은 도매상은 다음 단계의 구매자에게 이를 다시 판매하는 연쇄적 물품매매가 이루어집니다. 특히 국제적인 물품매매 거래에서는 납기를 엄격하게 정하고 매매대금도 정해진 납기를 기준으로 결정될 것입니다.
연쇄 물품거래의 참여자가 자연재해, 테러, 정부의 교역제한 조치 등 본인이 관여할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하여 정해진 납기에 물품을 공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예상보다 복잡한 법률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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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자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그러한 예외적인 사정이 없어지는 시점에 다시 물품을 공급할 수 있을까요?
구매자는 제3자와 대체 거래를 하기에도 애매한 상태에서 언제일지도 모를 예외적 사정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만약 구매자 측에 물품을 수령하기 어려운 사정이 발생한다면 공급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특히 화학물질처럼 장기간의 보관 자체가 부담스러운 경우 보관비용이 커질 수 있고, 경기에 민감한 원자재의 경우 물품 공급 시점 변경으로 인한 가격변동 리스크에 노출되어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리스크를 거래당사자 간에 합리적으로 배분하기 위하여 국제물품계약상 '불가항력 조항(force majeure clause)'이라는 것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가항력 조항'은 피할 수 없는 재난으로 인해 계약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의무의 불이행에 따른 책임을 면하게 해주는 조항입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편에 이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김선호 변호사는 법무법인 태평양을 거쳐 법무법인 세움에서 기업 자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중소기업의 투자·M&A·기업공개'에 대한 법률정보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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