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데이트폭력 '클레어법'보단 초기 신고를

[기자수첩]데이트폭력 '클레어법'보단 초기 신고를

김훈남 기자
2016.03.08 03:46

노파심에 미리 밝히지만 지인의 얘기다. 아는 형 A씨의 '여자사람친구'는 데이트폭력 피해자였다. 그 '여사친'은 남자친구에게 맞고 나서는 항상 A씨를 찾았다고 한다. 의심, 말꼬리 잡기, 퉁명스러운 말투, 핸드폰 몰래 보기 등 맞는 이유도 가지가지다.

눈물과 함께 손수건이 너덜너덜해질 정도의 한풀이가 끝나면 A씨는 욕설과 함께 "헤어져"라는 충고를 건넨다. 하지만 매번 상담이 계속된다고 한다. 사랑했던 사람이 손이 발이 되게 싹싹 빌면 그게 또 측은해서 받아준다나. "오빠가 술만 안 마시면 괜찮아"라는 말에 A씨는 터지는 욕을 참지 못했다고 한다.

A씨의 여사친은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전형적인 특징을 거의 다 갖추고 있다. 남자친구에 의한 반복적인 폭력에도 관계를 끝내지 못하는 것. 재범률이 76.5%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무색하다.

데이트폭력 재발에 대한 경찰의 대안은 '클레어법' 국내 도입 추진이다. 연인의 폭력전과를 공개·열람할 수 있도록 한 클레어법은 2009년 '클레어 우드'라는 영국 여성이 데이트폭력에 시달리다 살해된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데이트폭력을 일반 폭행사건으로 처리하던 과거보단 진일보한 대응이지만 열람·공개 방식과 절차, 실효성 입증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범죄경력에 공개에 따른 인권침해와 그에 따른 공익과의 비교 역시 생각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소개팅을 주선할 때 범죄경력 증명이라도 떼 줘야 하는 것 아닐지 고민도 된다.

데이트폭력은 밀접한 사이에서 지속적,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아동학대, 가정폭력과 유사하다. 사생활 침해 논란 때문에 제3자가 개입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슷하다. 바꿔말하면 사건 초기 제3자의 신고 및 개입이 지속적인 폭력을 막을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데이트폭력에도 유효하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연인관계는 '헤어질 수 있는' 사이 아닌가. 부부도 아니고 부모도 아니다. 그냥 헤어질 수 있는 사이. 스스로 헤어지기 어렵다면 경찰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

A씨가 상담만 말고 폭력 사건을 인지한 '제3자' 자격으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고, 처벌로 이어진다면 그의 여사친은 주기적으로 연애상담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장애물 많은 클레어법 도입보단 적극적인 초기대응에 무게를 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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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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