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좀비처럼 살아나는' 성매매, 경찰의 딜레마

[기자수첩]'좀비처럼 살아나는' 성매매, 경찰의 딜레마

김민중 기자
2016.04.05 04:53

경찰이 지난 2월 중순부터 대대적으로 성매매 업소를 단속 중이다. 업주와 성매매 여성은 물론 매수자까지 연이어 잡아들이고 있다. 최근 불거진 '22만명 성매매 리스트' 사건의 후폭풍이다.(관련기사☞[단독]경찰, 강남 '오피 성매매' 단속…"서울 31개署 총동원")

문제는 실속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4일 성매매 중개 사이트 '밤XXX'를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 지역에서 영업중인 '오피스텔형 성매매' 업소 개수는 단속 전인 2월 중순 83곳에서 이날 81곳으로 단 2곳 감소하는 데 그쳤다. 다른 지역, 다른 업종을 살펴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업주 대부분이 단속을 당하면서도 이를 비웃듯 계속 영업중인 것이다. 문 닫은 몇 안 되는 업주들도 잠시 쉬거나 더 음지로 숨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휴업중인 한 성매매 업주 A씨(30)는 기자에게 "단속이 잠잠해질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 앞으로 이 일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 성매매는 완전 소탕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완전 근절'의 책임을 경찰에만 물을 수는 없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고 일컫는 성매매의 완전 근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기자의 판단이다. 또 제한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야 하는 경찰이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를 제쳐두고 성매매 단속에 집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사정이 이렇다고 뻔히 눈 앞에 존재하는 불법행위를 경찰이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더욱이 '22만명 성매매 리스트' 사건으로 여론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어떻게든 단속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도 상당하다. 단속을 하자니 실효성이 없고, 단속을 안 하자니 직무유기인 상황. 여기서 경찰은 '딜레마'가 돌출된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우리도 성매매를 뿌리뽑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관리 가능한 범위 내로 축소시키는 게 단속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성매매는 경찰에 '죽여도 죽여도 되살아나는 좀비'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답은 두 갈래다. 좀비를 없앨 수 있는 묘안을 찾든지, 좀비와 공존할 방법을 찾든지. 어느 쪽이든 멀고 험한 가시밭길임은 분명하다. 경찰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고민'에 동참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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