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인술 쓰리알코리아(3RKorea) 대표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가난한 사람은 새벽에 아파도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 합니다. 약사 동료를 팔아먹는 앞잡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가난한 사람을 돕고 동료들 권익을 지키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스마트 원격 화상투약기' 개발까지 이어진 겁니다."
화상투약기를 개발한 의료기기업체 쓰리알코리아(3RKorea) 박인술 대표는 약사 출신이다. 동네약국을 운영하는 박 대표가 최근 보건의료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떠올랐다.
그가 개발한 화상투약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일반약 편의점 판매가 쟁점으로 떠오른 2011년 10월 화상투약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1년 넘게 개발업체를 찾아다니며 설득 끝에 2013년 4월 견본품을 내놨다. 인천시 부평구 한 약국에서 화상투약기를 시범운영했지만 민원이 빗발쳐 두 달 만에 중단했다.
폐업 위기에 몰린 화상투약기가 지난 3월 출범한 신산업투자위원회를 통해 기사회생했다. 신산업투자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화상투약기를 규제 완화 대상에 포함한 것이다.
화상투약기 사용을 완강히 반대하던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원격화상 의약품 판매 시스템'을 허용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그러자 약사 단체가 들고 일어났다. 대한약사회는 기계 오작동으로 인한 환자 투약사고와 의약품 품질관리, 해킹 가능성을 제기했다. 동네약국이 망할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지난 26일 저녁 박인술 대표를 만나 화상투약기를 개발한 이유를 들어봤다.
-동네약국을 운영하면서 화상투약기를 개발한 것은 의외다.
▶2011년 10월쯤으로 기억한다. 당시 약사 단체는 일반약 편의점 판매 정책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이때 화상투약기가 대안으로 나왔다. 그런데 반대가 너무 심해 흐지부지됐다. 약사 무용론이 불거지고 편의점에서 일반약 판매가 확대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약물 오남용과 품질관리 등도 반대 이유였다. 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소비자의 선택 기능을 없앤 화상투약기라고 확신했다. 약사 권익을 해치지 않으면서 새벽에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저소득층 환자를 위한 길이라고 봤다. 그래서 개발에 뛰어들었다.
-개발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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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투약기 개발을 마음먹고 즉시 원천특허를 냈다. 그리고 장비를 만들어줄 업체를 찾아다니는데 1년 넘게 걸렸다. 개발 초기에는 기술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부정적인 얘기를 많이 들었다. 국내에 없는 모델이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설계하고 검토를 거듭했다. 그동안 모은 돈과 일부의 도움을 받아 개발비를 감당했다. 화상투약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또 둘을 연동해줄 전문가가 필요하다. 다행히 가족 중에 임베디드 시스템(특정 기능을 실현하도록 기계에 탑재하는 컴퓨터 시스템) 전문가가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2013년 첫 견본 제품 2대를 생산했다.

-화상투약기 오작동 문제는 없었나.
▶기계 오작동은 과학기술을 응용한 모든 기기에 해당하는 얘기 아닌가. 그렇게 따지면 약국 내 전문의약품을 다루는 자동조제기가 오히려 더 문제일 수 있다. 음료수 자판기도 온도를 조절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시대다. 인천시 부평구에 있는 한 약국에서 두 달 동안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예상대로 환자들 반응이 꽤 좋았다. 그런데 민원이 계속 접수돼 보건소에서 장비 철수를 유도했다. 결국 두 달 만에 기기를 철수했다. 그 이후에는 운영하지 못 했다.
-반대가 심한데도 화상투약기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뚜렷한 이유가 없어 포기할 수 없었다. 정부도 화상투약기가 어떤 위법사항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시범사업을 중단한 이후 여러 정부 기관에 민원을 넣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이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지난 1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기업 애로사항을 듣는 간담회가 열렸다. 당시 국무총리실 고위 관계자가 참석했는데 이때 화상투약기를 설명하는 기회를 얻었다. 덕분에 지난 3월 출범한 신산업투자위원회 안건으로 올랐다. 이 회의에 참석했는데 복지부는 계속 반대 의견을 내비쳤지만 위원들 생각은 달랐다. 덕분에 규제 완화 대상에 포함됐다. 신기하기도 하고 돌이켜보면 먼 길을 돌아온 것 같다.
-의약품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환자가 화상투약기 버튼을 누르면 약사와 영상통화가 연결된다. 환자와 대화를 나눈 약사는 증상을 가라앉힐 일반약을 골라준다. 이때 제2 카메라가 약사가 환자에게 설명한 약이 제대로 전달되는지 재차 감시한다. 이어 약사는 환자가 해당 약을 받았는지 추가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화상투약기는 환자가 의약품을 고르는 버튼이 없다. 결제도 카드로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환자에게 어떤 약이 전달했는지 자료가 다 남는다. 이중 삼중으로 감시하는데 오히려 더 안전한 것 아닌가. 심야 시간에 아픈 환자가 병원에 가면 의료비를 100% 부담한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화상투약기는 5000원 미만으로 환자가 심야 시간에 아픔에서 벗어난다. 경제적인 모델이고 장기적으로 국가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경증 환자가 몰리는 대형병원 응급실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긍정적인 효과과를 기대한다.
-대한약사회 반대가 거세고 국회에서 약사법도 바꿔야 한다.
▶내가 나쁜 일을 하는 것인가.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장비다. 화상투약기는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해 공간과 시간의 한계를 극복했다. 심야에 약사가 어떻게 환자와 화상통화를 하느냐는 반론이 있는데 여러 약국이 공동으로 관리하면 해결할 수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전국 단위로 중앙센터를 만들어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장비를 개발하고 운영하면서 법률 자문도 따로 받았다. 약사와 환자가 얼굴을 맞대고 약을 건네는 대면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행 약사법에는 정확한 대면 규정이 없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한 시기에 영상이나 전화도 대면 아닌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일반약은 개수도 제한적이고 대부분 한 가지 약품의 용량을 달리한 것이 대부분이다. 화상투약기는 60여 개 의약품을 제공하고 품목도 더 늘릴 수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약사가 직접 일반약을 골라준다. 환자 입장에서는 더 안전하게 의약품을 복용할 수 있고 약사들도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다. 약사 직능을 팔아버린 앞잡이라는 소리까지 들었고 압박감이 컸다. 따지고 보면 화상투약기는 약국이 심야 시간에 문을 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심야에 약을 판매한 수익은 약국에 고스란히 돌아간다. 가난한 환자도 심야에 병원에 가지 않아 부담이 줄어든다. 이 정도면 화상투약기를 개발한 명분이 충분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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