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오늘] 화성 씨랜드 화재 참사


경기 화성군(현 화성시)에 위치한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은 1990년대 수도권 소재 유치원·학원·초등학교의 수련회 장소로 잘 알려진 곳이었다. 겉으로 보면 '철골구조 벽돌건물'로 보여 정상적인 인허가를 받은 청소년 수련시설로 여겨졌다.
하지만 실상은 콘크리트 1층 건물 위에 52개 컨테이너를 얹어 2~3층 객실을 만든 임시구조물이었다. 청소년 수련원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고 여러 위험요소를 지닌 장소였다.
17년 전 오늘(1999년 6월30일) 비극이 일어났다. 이날 오전 1시30분쯤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건물 3층에서 화염이 솟구쳤다. 곧장 119상황실에 긴급신고가 접수됐고 소방차가 출동했지만, 소방서에서 현장까지의 거리는 70㎞나 됐다.
이날 씨랜드 수련원에는 △서울 소망유치원생 42명 △서울 공릉미술학원생 132명 △경기 군포 예그린유치원생 65명 △경기 부천 열린유치원생 99명 △화성 마도초등학교 학생 42명 등 어린이 497명과 인솔교사 등 총 544명이 있었다. 불길이 번지면서 건물 내부 이곳저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리고 잠에서 깬 인솔교사들이 어린이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불길이 시작된 301호엔 인솔교사 없이 서울 소망유치원생 18명만 잠들어있었다. 유치원생들이 보호자도 없이 화염 속에 방치돼 있었던 것. 소망유치원 원장과 교사들은 다른 방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결국 이 사고로 301호에서 자고 있던 소망유치원생 18명을 포함해 19명의 어린이와 인솔교사 4명 등 총 23명이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씨랜드 건물은 스티로폼, 목재 등 인화성이 강하고 열전도가 높은 물질로 가득차 있었고, 생활관엔 화재경보기가 있지만 불량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화재원인으로는 방 안에 놓인 모기향이 이불에 옮겨붙었거나, 전기누전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
씨랜드 화재 참사의 근본 원인은 또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수련원 측의 비리와 공무원들의 부패였다. 수사 결과 화성군은 씨랜드 건축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견됐음에도 허가를 내줬고, 경기도의 시설점검 지시에도 응하지 않았다. 씨랜드 측은 화성군청 공무원을 포함, 시공회사와 감리회사 관계자들을 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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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씨랜드 화재참사에 대해 화성군 공무원 6명과 씨랜드 대표, 건축 및 감리회사 관계자, 소망유치원장 등 16명을 구속 기소하면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어린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분노와 원망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사고 두달 후 씨랜드 참사로 6살 아들을 잃은 전 필드하키 국가대표 선수 김순덕씨는 정부에 항의편지를 보내며 국가로부터 받은 모든 훈장을 반납하기까지 했다. 김씨는 "원인 규명이나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의 무성의와 무책임에 실망한 나머지 배신감까지 느낀다"며 1년 뒤 온가족과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
참사 이후 정부에선 청소년 시설의 안전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건축물에 대한 의무규정을 마련한다. 하지만 '어린이·청소년 단체 활동' 관련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