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국민의 생명]①"집단소송제…정부 의지에 달렸다"

[법+국민의 생명]①"집단소송제…정부 의지에 달렸다"

박보희 기자
2016.07.06 09:36

[the L리포트]"기업 걱정되서 국민방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해야"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스1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사망자만 140여명에 이른다. 같은 원인으로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건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그때마다 언론과 학계와 소비자 단체 등은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집단소송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아직도 집단소송이 증권 분야 밖으로 확대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원칙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부의 반대가 (집단소송제 확대) 논의를 더 이상 진전시키지 못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짐작된다."(홍정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과 국회 입법조사처는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국민의 생명 ·신체 보호 적정화를 위한 민사적 해결 방안의 개선' 심포지엄을 열었다.

"집단소송제 확대 기업에 부담? 국민피해 방치 바람직하지 않아"

제1주제인 '집단소송 요건 완화 및 확대방안'에 대한 발제를 맡은 홍정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집단소송제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눈에 띈다"고 지적했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도입 때와 비교하며 "당시 재정경제부 진술인은 우리 사법제도가 미국과는 다르기 때문에 소송을 남용할 가능성이 적고 기업 입장에서도 사건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을 피력했다"며 "집단소송제 확대 문제가 논리적 귀결이라기보다 정책적 의지에 따라 정리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홍 조사관에 따르면 그동안 논의된 집단소송제의 찬성 논거는 △소송경제상 유리하고 권리구제가 편리하다는 점 △동일한 불법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 △극단적 집단행동이나 집단불법행위를 예방하는 시스템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반대 논거로는 △기업들의 부담이 증가한다는 점 △남소 우려가 있다는 점 △대륙법 체계를 택하고 있는 우리 법체계와 조화가 어렵다는 점 등이 있다.

소송이 남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소비자 단체소송은 제도 도입 후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집단적 소비자 피해는 많았지만 소송은 1건만 진행됐고 올해 들어 2건이 진행되고 있다"며 "오히려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조사관은 "유해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같이 기업의 무분별한 이익 추구로 집단적 피해를 입은 국민들이 권리를 행사하기 힘든 상태로 방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없던 손해배상청구권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입은 자는 누구나 제기할 수 있으나 기술적으로 어려웠던 소송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단소송제가 확대되면 소송이 많아질 것'이라거나 '기업이 이런 소송을 다 감당하려면 제대로 경영할 수 없을 것'이라는 논리로 대응하는 것은 기업이 다수에게 피해를 입혔더라도 복잡한 절차를 통해 적극적으로 손해배상을 받으려 노력하지 않으면 '배상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상황 악용하는 가해자…징벌적손해배상제 필요

토론자로 참여한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집단소송이 제대로 진행돼 적정한 결과를 낳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집단소송은 재판 결과가 불특정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제도인 만큼 제대로 된 판결이 내려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집단소송 확대가 필요한 이유로 "피해자들은 감정적 고통과 귀찮음 등으로 소송을 회피하려 하고 가해자들은 이를 악용하려 한다"며 "일반 공동손해방식에 따른 집단손해배상의 경우 대리인이 보수를 받고 소송을 제기하는데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하면 원고측 변호사들 배만 불리는 게 아니냐는 등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비자보호, 독과점 규제, 환경, 인권 등 분야에 일반적으로 확대할 경우 기업이나 국가의 비용구조나 유인체계에 상당한 파급 효과가 있다는 점 △집단소송의 전면 확대를 위해서는 반칙 행위를 한 기업은 망해도 되고 국가가 잘못해 개인의 인권을 침해했을 경우 납세자들의 부담이 있더라도 책임져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좌혜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국장은 집단소송제와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 사무국장은 "현재 대법원은 손해의 공평 부담에 의해 실손해 배상을 원칙으로 하고 위자료를 너무 낮은 수준으로 결정하고 있어 기업의 불법행위는 계속될 것"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집단소송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더엘(the L)에 표출된 기사로 the L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 머니투데이더엘(the L) 웹페이지바로가기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